매일신문

채무자 재산 숨기기 안봐준다

채무의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자기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다른 사람 명의로 근저당을 설정하는 등의 재산 숨기기(사해행위)가 성행하면서 이에 대한 법원의 심판도 엄해지고 있다.

IMF환란 이후 법원에는 채무자나 연대보증인이 채무의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재산을 빼돌렸다며 이를 무효화 해달라는 채권자들의 사해행위 취소 청구소송이 급증하고있다. 대구지법의 경우 전체 민사사건 가운데 5~10%가 사해행위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관련해 법원은 재산을 빼돌리려는 의사가 있다고 추정될 경우 명백한 증거가 없더라도 사해행위를 폭넓게 인정해 사해행위를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리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해 5월 대법원이 "채무자의 재산이 빚보다 적을때 재산을 다른 이에게 무상양도하거나 일부 채권자에게 대물변제로 제공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사해행위"라고 판시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구시내 모 보증기관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지역의 한 변호사 사무실을 통해 대구지법에 제기한 총 41건의 사해행위 취소청구소송에서 사해행위가 인정된 것은 무려 39건이나 됐다. 법원은 호적상으로 꽤 먼 친척 혹은 학교동창에게 재산을 빼돌린다거나 심지어는 부인에게 넘긴뒤 협의이혼을 한 경우에도 사해행위 판결을 내리고 있다.

석왕기 변호사는 "자기 재산을 지키려는 생각에 남의 명의로 부동산을 넘기거나 친인척 이름의 근저당을 설정하는 이들이 많다"며 "그러나 소송에 따른 각종 부담이 큰데다 판결 결과를 토대로 원고가 강제집행 면탈죄로 고소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받을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사해(詐害)행위란

채무자(또는 연대보증인)가 자기 부동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이전하거나 타인 명의의 근저당을 설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채권자의 채무상환 강제집행을 방해하는 행위. 법원은 채무자나 연대보증인이 채무를 갚지 못하게 된 시점으로부터 수개월 전후로 재산 변동이 생겼을 경우 대개 사해행위로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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