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민산' 연기보단 포기를

철들자 망령 난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천년도 잠시를 뜻하는 수유(須臾)라고 했는데 황차 백년을 못채우는 인생에 무슨 세월이 남아 철 따로 먼저 들고 망령 따로 나중에 들 것인가. 그렇다보니 때로 망령 먼저 나고 철이 나중에 드는 인생역접(逆接)현상도 보게 되는 모양이다. 그간 민주산악회의 재조직, 신당 창당설 등을 놓고 국민 각계로부터 날아들었던 무수했던 비판을 오로지 듣고도 못 들은 척 했던 '청이불문(聽而不聞)'의 김영삼 전대통령이 마침내 민산 조직을 내년 총선 이후로 미루는 '철'든 결심을 해서 또 한차례 화제가 되고 있다. 명분이란 것이 '민산을 정당으로 만들 생각이 추호도 없는데 일부의 오해가 불식되지 않고 있다'는 것. 이로써 그는 지난 7월26일, 민산 재건을 발표한 후 서울 마포에 사무실을 얻고 10월에는 대규모 등산 대회를 계획했던 그 모두를 없었던 일로 치부해 버렸다. 국민 여론을 내세워 또 한번 깜짝 쇼를 했으니 오로지 그의 편리한 사고구조를 부러워할 따름이다. 정말 국민 여론이 한창 비등했을때는 애써 미동도 않았던 사실을 생각하면 상도동의 입이었던 부산 사하을(沙下乙) 출신의 박종웅(朴鍾雄) 의원은 YS의 눈과 귀를 막았던 책임을 뒤집어 써서 마땅할 일이다. 그러고도 그는 '결코 굴복이 아니다'고 강변했으니 도대체 모를건 그쪽 사람들의 의식이다. YS의 민산 연기 결정의 속셈은 일단 내년 총선때까진 DJ에 대한 비판을 강화함으로써 그 자신만이 생각하는 '영향력'을 회복한후 총선 이후엔 DJ와의 본격적인 대립 구도를 형성하는데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그의 어떤 결정도 먼저 부산.경남 주민들의 뜻을 여쭤본 후에 내려야 마땅할 것 같다. 그리고 결정전후의 과정도 그나마 민주적이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시작도, 끝도 깜짝쇼로 일관하니 재임시의 깜짝쇼만 가지고는 모자란다는 뜻인가.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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