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옛 그림은 보지 말고 읽어라

'오늘 선비는 한가로움을 얻었다. 딱딱한 바위도 거리끼지 않고 펄퍼덕 엎드려서 팔짱을 끼고 그 위에 자연스레 턱을 괴었다'

강희안(1417-1464)의 '고사관수도'. 선비의 고요함과 편안함에는 동양철학의 사색이 깊이 담겨져 있다.

그림으로 만나는 조상들과의 '추체험(追體驗)'.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오주석 지음, 솔출판사 펴냄)은 예술품을 통해 사람과 시대의 정신을 만날 수 있는 미학 에세이다.

옛 그림을 감상하는데는 옛 사람의 마음으로 작품을 느끼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다. '달마상'(김명국 작)에서는 호쾌한 기를, '몽유도원도'(안견 작)에서는 조상들이 그리워한 꿈결같은 화평한 기운을, '씨름'(김홍도 작)에서는 흥분과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9명의 명화 12점을 저자 특유의 사색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색채, 원근법 등 화법 뿐 아니라 옛 그림을 보는 법, 그림에 깃든 마음까지 깊이 있게 다루었다.

특히 간결하고 유려한 필체는 그림뿐 아니라 또하나의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석자 종이위에 몇 번의 마른 붓질이 쓸고 지나간 흔적에 지나지 않는 그림. 그러나 거기에는 세상의 매운 인정과 그로 인한 씁쓸함, 고독, 선비의 굳은 의지, 옛사람의 고마운 정, 그리고 허망한 바람에 이르기까지 필설로 다하기 어려운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김정희의 '세한도')

지은이는 간송미술관 연구위원이며 중앙대 겸임교수. 값 9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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