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세가지 거울'

당 태종 이세민(李世民)은 항상 세가지 거울로 자신의 처세를 채찍질 한 것으로 유명하다. 작은 손거울로는 신하들에게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보이려 하지 않았고 역사를 거울삼아 세상의 흥망이치를 알려 했다. 가장 아낀 거울은 사람이라는 거울. 사람을 거울삼아 그는 인간사의 득실을 밝히려 했었다. 그래서 명재상 위징이 죽자 '거울 하나를 잃었구나'며 크게 슬퍼 했다고 한다. 만약 우리 정치판에 이런 거울이 있다면 어떻게 사용될까? 한마디로 박살용이다. 권모와 술수에다 갖은 음해로 아무리 거울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다해도 하나같이 박살을 면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여야의 수장들이 나라를 비운 사이 나라 안팎에서 나는 소리는 그저 거울 깨지는 소리밖에 달리 있는가. 별로 없다. 뉴질랜드에서 한국의 단 배 맛으로 입가심해 가며 동티모르의 인권을 역설하면 뉴욕에서는 대북포용정책의 부작용이 역설되고 있다. JP의 백억원대 비자금설이 또다시 시민연대의 사법처리 요구로 수면으로 불쑥 올라오면서 이를 둘러싼 배후세력 공작설과 음해설이 맞불을 놓는다. 암수 가리지 못하는 까마귀 싸움 뿐이다. 그런 틈속에서 오늘 오랜만에 여야총무들의 손잡는 모습이 비쳤다. 옷로비, 파업유도의혹 수사를 위해 그동안 난항만 거듭했던 특검제 협상을 타결짓고 잡은 포즈다. 국민의혹에 대한 특별검사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될 전망이지만 과연 청문회보다 월등히 나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여전히 남는다. 왜? 거울 박살 전문가들인 여야가 협상에 타결점을 찾은 꿍꿍이가 결코 없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고 볼 일이다. 특별검사들의 특별한 수사능력이 제대로 힘을 발휘 할지 어떨지. 불강아지 평생 소원은 기껏 부뚜막 무상출입이지만 특별검사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점은 국민들은 믿고 있다. 그리고 당 태종의 거울 한두개 쯤 가지고 수사했으면 싶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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