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요즘 국민회의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당(新黨)창당 작업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정당이 권력을 만들어내는 선진국과는 달리 권력에 따라 정당이 만들어지는 우리 풍토에서 국민회의가 사상 처음으로 정권교체를 이룩한것은 어찌보면 기적에 가까운 사건이었다.
게다가 한술 더떠 국민회의 총재인 김대중대통령이 자신의 집권 기반이자 평화적 정권교체의 대업을 완수한 모태인 국민회의를 팽개치고 신당 창당에 나섰으니 미상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대의원 대회도 없이 창당
상식적으로 보면 국민회의를 더욱 북돋워 꽃을 피우고 뿌리를 내리게 하는게 마땅한 터수에 신당 창당이라니….
어찌보면 신당창당은 집권후 2년이 지난 지금 당의 오너격인 DJ가 국민회의쪽 의원들의 무기력한 의정활동에 실망한 나머지 "자네들과는 개혁정치를 함께 할 수 없다네"하면서 결별을 고하는 것일수도 있을 것이다.
또 국민회의가 갖고 있는 호남 정당의 한계를 벗어던지고 새 인재를 각계 각층, 전국 곳곳에서 영입, 새 당을 만듬으로써 집권 후반기의 개혁정치를 강력히 밀고 나갈 기틀을 만들려는 정치적 포석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워도 거대한 공당(公黨)을 개인의 소유물인양 대의원대회 한번 없이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창당 발기인을 '임명하는' 그러한 'DJ식' 창당에는 친근감이 가기보다 어딘지 어색한 느낌과 함께 어쩔 수 없이 과거에 있었던 '관제(官製)창당'을 연상하게되는 것이다. 광복 이후 이 땅에는 군소 정당을 제외하고도 지금까지 줄잡아 25개나 되는 정당이 영고성쇠를 거듭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많은 정당 가운데 DJ가 창당한 정당만도 통일민주당 (87.5), 평민당(87.11), 신민당(91.4), 민주당(91.9), 국민회의(95.9)의 5개나 되고 이번이 여섯번째 창당이란 사실을 확인하면서 새삼 대권을 향한 DJ의 강한 집념과 정치경륜에 찬탄의 느낌마저 갖게된다.
그렇지만 동시에 다반사가 되다시피한 그의 신당 창당에 진한 감동을 느낄수는 없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솔직한 심정이 아닌가 한다.
##신진인사 '들러리' 우려
신당 참여 세력들은 새 피를 받아들여 참신한 개혁 정당을 만들겠다는 다짐이다.그러나 이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란 것은 지난 67년 당시 제1야당인 신민당 당수로 영입된 유진오(兪鎭午)선생의 경우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학자이자 문인으로, 교육가로 당대 제1의 명망가로 꼽혔던 그였지만 정치권에 영입해 놓고 흔들어 떨어뜨리는 기성 정치인들의 텃세에 상처만 입고 물러난 사실에서 우리 정치 풍토가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 이래 5공때와 YS 집권기를 거치는 동안 많은 학자, 문인, 연예인 등 전문인들이 영입됐지만 정치적으로 성공은커녕 '일회용 반창고'란 자조적인 말만 남기고 덧없이 밀려나는 것이 관례처럼 되풀이 돼 왔던게 저간의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그런만큼 이번에도 역시 영입된 신진 인사들이 신당을 만들어 개혁 정치를 주도하기보다 집권 핵심 세력의 들러리 노릇이나 하다 일회용으로 끝나는게 아닌가 싶은 '막된 생각'도 갖게 되는 것이다.
##눈 닦고 봐도 명분이 안보여
신당 창당에는 아무리 낮게 잡아도 100억원 이상의 돈이 들어간다고 한다. 이번 경우는 국민회의를 모태로 하기 때문에 돈이 적게 든다 하더라도 역시 상당한 예산이 들어갈 뿐더러 창당의 명분을 내세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등 여간 까다롭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정말 집권 세력이 아니고는 전국 규모 정당의 창당이란 꿈도 못 꿀 그런 대사(大事)다.
게다가 신당 창당으로 대폭 물갈이가 예상되는 당 소속 의원들의 거센 반발로 자칫하면 당이 내홍의 위기로까지 몰릴 것이 예상될 이번 창당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9단의 DJ가 창당을 강행하는데는 피할 수 없는 절박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여러 정황으로 봐서 DJ의 여섯번째 창당은 무리수가 아닌가 싶은 것이다.
신당 창당은 핵심세력들의 높은 도덕성과 정치적 명분이 뒷받침될때 비로소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 성공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아무리 눈 닦고 봐도 그런 요소들이 별로 없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때 묻은 집권 핵심 세력들이 정치적 궁지를 탈출하는 방법으로 창당을 시도한다면 괜히 아까운 '영입 인재'들만 소모할 뿐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에 안타까워 하는 말이다.
댓글 많은 뉴스
"탄핵 반대, 대통령을 지키자"…거리 정치 나선 2030세대 눈길
젊은 보수들, 왜 광장으로 나섰나…전문가 분석은?
민주, '尹 40%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고발 추진"
윤 대통령 지지율 40%에 "자유민주주의자의 염원" JK 김동욱 발언
"尹 영장재집행 막자" 與 의원들 새벽부터 관저 앞 집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