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툇마루-책읽기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우리 애가 도무지 책을 안 읽는데" "책을 읽게 하려면 어떻게 할까" 하는 질문을 이웃들로부터 자주 듣는다.

우리 4남매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60년대) 아버지가 미국을 다녀오셨다. 외국나들이가 어렵던 시절인지라 우리는 '무얼 사오실까', 색다른 선물을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돌아오신 아버지의 가방과 배로 부쳐온 짐에서 나온 것은 반은 책이요, 나머지는 온통 미국 곳곳을 찍은 필름들이었다. 화장품이 귀하던 때, 어머니에게 '레블론' 로션 하나 선물 없이…. 마루에 쌓인 책들 앞에서 우리는 아버지를 원망스럽게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 책들은 후에 우리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고, 또 사진으로나마 다른 나라 구경을 실컷 할 수 있었다. 늘 책과 함께 한 아버지 덕분에 우리의 책읽는 버릇은 지금까지 여전하다. 일흔이 넘은 아버지는 요즘도 '무슨 책이 나왔으니 읽어보라'고 책정보를 주신다.

그래서 나는 이웃들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부모가 먼저 책을 읽으십시오' 하긴, 내 아이들도 책 읽기보다는 '스타 크래프트'에 빠져 있는데….

李忠熙.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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