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툰 에세이집 '행복한…'펴낸 향토출신 소설가 하창수씨

예술에 있어 장르는 작가들이 정작 쓰고 싶은 글에 대한 욕구를 막고, 상상력을 제한하는 것은 아닐까. 작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장르를 깨는 글쓰기'를 시도해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온갖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열린 상상력은 예술의 자양분임을 부정할 수 없다.

춘천에서 창작에 전념하고 있는 향토출신 소설가 하창수(39)씨가 '행복한 그림책'(늘푸른 소나무 펴냄)이라는 제목의 카툰 에세이집을 펴냈다. 만화와 문학을 결부시킨 자유로운 글쓰기다. 다소 엄숙하다고 할 소설에서 미처 못다 들려준 이야기들을 잠언형식의 짤막한 글과 에세이, 그림으로 표현해냈다. 독자에게 행복한 상상력을 가져다 주는 100여점의 그림들은 작가가 직접 펜으로, 컴퓨터 마우스로 그린 그림들이다.

경영학도(영남대)였던 작가 하씨는 고시공부를 하다 87년 '문예중앙' 신인상에 당선돼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됐다. "학창시절 가졌던 꿈들 중 하나는 화가였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이 카툰 에세이집에는 작가가 이루지 못한 꿈이 담겨 있다. 소설을 쓰면서도 만화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다는 그는 박수동의 '고인돌'시리즈와 이 시리즈에 대해 문학평론가 김현이 썼던 장문의 비평이 진지한 눈으로 만화를 보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 글은 작가로 하여금 틈틈이 만화이론서를 구해 읽게 만들었다. 또 우연히 접한 프랑스 만화가 모리스 앙리의 만화는 만화가 어떻게 예술일 수 있는가를 알게 했고, 초월적 상상력의 세계를 열어주었다.

이런 사연끝에 선보인 카툰 에세이집에는 먼저 그림을 그린후 짧은 글을 붙인 것과 엽편소설(단편소설보다 더 짧은 소설)에다 그림을 붙인 것, 습작시절부터 틈 날 때마다 작업해온 것들이 실려 있다. 글과 그림은 작가 특유의 사색적이면서도 인생에 대한 은유적 비유와 논리를 엿보게 한다. 특히 22편의 콩트식 에세이는 현대인의 의식과 세태를 절묘한 화법으로 풍자,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한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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