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잊었던 옛 것을 예전의 모습 그대로 발견하였을 때의 기쁨은 신선하다.
늘 변함없이 한 자리에 있어준 것에 대한 반가움이랄까. 그것은 아마도 우리들의 지나간 시절에 대한 확인이 되겠기에 더 감동적인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변함없던 옛 것을 잃은 아쉬운 일이 얼마 전에 내게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작은 책방에 얽힌 추억이다. 누구나 그랬겠지만 사춘기 시절에는 으레 문학소년·소녀의 꿈을 안고 기웃대며 다니던 책방이 하나쯤은 있는 법이다. 내가 어린 시절에 다니던 책방은 요즈음의 대형 서점과는 달라서 점원도 없이 주인 홀로 경영하는 그야말로 책이 있는'방'정도의 작은 서점이었다. 그 시절 겨우 삼중당 문고판 책 1권 살 정도의 푼돈만을 지닌채 서점에 가곤 했던 나는 책은 사지도 않고 선 자리에서 문학전집을 공짜로 읽는게 거의 버릇이 되어 있었다.
내가 진종일 책방에 진을 치고 있어도 싫은 내색을 않던 주인 아저씨는, 오히려 무심한척 함으로써 책을 사지 않는 나에게 마음의 배려를 하는 듯 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책을 사지도 않으면서 책방에 무시로 드나드는 뻔뻔스러움을 자주 범하곤 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 책방은 여전히 본래의 자리에서 문을 열고 있었기에, 나는 그 책방은 당연히 그 자리에 늘 그렇게 존재해 있어야만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책방 아저씨는 이제 노인이 되어 백발을 허옇게 얹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른이 그곳 책방을 영원히 지키고 계시리라 단정하며 산 탓이었을까, 한 고향친구로 부터 그 서점이 없어져 버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안타까움과 서운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것이었다. 노인의 기력이 쇠잔해 더 이상 서점을 운영할 수 없게 되었다는게 서점 폐쇄의 이유였다. 비록 노인과 인간적인 교분은 없었으나 고향의 그 자리에 가면 늘 제자리를 지키고 있던 그 책방이었기에 그 곳이 없어져 버렸다는 소식은 내 소녀시절의 꿈 한 귀퉁이가 허물어져 내린 것 같이 서운하였다. 그래서일까, 오래도록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사신 변함없던 노인의 단정한 모습은 더욱 고마운 추억의 한 자락으로 내게 남는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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