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이올린 귀신 파가니니

특출난 재주를 가리켜 흔히 '귀신같은 솜씨'라고들 한다. 실제로 악마로 몰렸던,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이탈리아)는 그 생김새부터 영락없는 마귀(?)였던 것 같다. 몇장의 초상화로 전해지는 그의 모습은 깡마른 몸과 이글거리는 눈, 가는 목선에 뾰족한 코가 엉성하게 붙은 괴이한 형상이다.문제는 그의 바이올린 연주 솜씨였다. 현재까지 통용되는 바이올린의 고난도 기술은 대부분 파가니니가 창조한 것이다. 그는 연주 도중 줄이 끊어져도 당황하기는커녕 남은 줄로 쉬지 않고 연주를 계속했고 나중에는 일부러 바이올린 줄을 하나씩 끊고 마지막 한 줄로만 연주하는 묘기를 보였다고 한다. 도저히 인간의 것으로 믿기지 않는 그의 신기(神技)를 본 사람들은 파가니니가 마법을 사용해 연주하는 악마라고 믿기 시작했다.

물론, 파가니니 자신의 기이한 행적도 한몫을 했다. 귀부인과 동거생활을 하면서 연주회를 펑크내질 않나, 명기 과리넬리를 전당포에 잡혀가면서까지 방탕한 생활을 일삼았고, 몇년씩 어디론가 사라졌다 불쑥 나타나기도 했다.

반종교적인 행동조차 불사했던 그를 당시의 엄격했던 교회가 내버려둘 리 없었다. 파가니니가 인후암으로 프랑스에서 죽었을 때 이탈리아의 대주교는 물론, 고향 사람들까지 그를 고향 제노바에 묻는 것을 거절한 탓에 그의 시신은 5년간이나 땅 위에서 썩어야 했다고 한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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