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무너진 서민의 재테크 드림

'파이낸스 파동'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들어선 우리사회 현실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우울하다.

어렵고 힘든 시대, 이럴 때일 수록 사람들은 뭔가를 꿈꾸게 된다. 언제 그만 두고 나와야 할 지 모를 직장,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쪼들리는 생활…. 이같은 상황 속에서 대부분 사람들에겐 '목돈 마련'을 꿈꾸는 것으로 생활의 위안을 삼게 된다.

파이낸스 등 유사금융업체는 이같은 사람들의 심리와 제도권 금융기관의 혼란기를 틈타 고수익을 내걸며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연리 25~30%, 심지어 월 20% 이상을 내걸어 상상을 초월하는 수익률을 제시하는 업체도 있었다.

부동산 침체, 낮아진 은행 금리로 갈 곳을 몰라 머뭇거리던 돈들이 유사금융업계로 대거 몰리기 시작했다. 특히 서민들의 뭉칫돈이 많았다.

은행금리보다 턱없이 높은 탓에 의심을 품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업체측의 교묘한 상술과 화술에 넘어간 경우가 많았다. '1년쯤 아니면 몇 개월쯤은 괜찮겠지'하는 생각에 과욕을 부려 자금을 투자한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올들어 파이낸스 등 유사금융업계의 위험성을 알리는 언론 보도와 경찰 수사 발표가 잇따랐으나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여기엔 사태를 예견했으면서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도 크다.

결국 터지고 말았다. 30여년을 분필가루 마시며 받은 퇴직금, 10여년 동안 막노동을 하며 아껴 모은 돈, 30여년 동안 남편 몰래 반찬값 줄여 모은 '쌈짓돈', 아파트 중도금을 내기 위해 잠깐 맡겨둔 돈…. 어쩌면 한 푼도 건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원리금 보장이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투자한 것은 투자자의 잘못'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확산되도록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사태가 발생한 파이낸스에는 검·경의 철저한 수사와 함께 진상조사나 수습책을 마련하는 것이 국민이 있기에 존재하는 정부의 역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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