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연구용역 비리는 그동안 상아탑 안팎에서 나돌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17일 대구지검의 수사결과 일부 교수들의 연구용역비 횡령은 물론 공무원 리베이트 수수 등 대학연구용역에 구조적인 비리 사슬이 형성돼 있음이 드러났다.
대학가 연구용역 비리의혹을 제기한 매일신문 보도〈7월26일자 1면〉에 따라 내사에 착수한 검찰은 피의자 및 참고인 자격으로 대학관계자 40여명을 소환하는 등 지역5개 종합대학에 대해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당초 허위정산서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연구용역비를 개인용도로 사용한 교수를 사법처리하는데 적용할수 있는 법 조항을 놓고 고심했지만 서울지역 모대학교수가 같은 유형의 비리로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전례에 따라 업무상 횡령죄를 적용했다.
연구용역의 하도급 비리도 적발됐다. 대학 연구용역은 금액에 관계없이 수의계약을 할수 있다는 점을 악용, 업자가 공무원을 상대로 뇌물공세를 펴 자신과 친분이 있는 대학교수에게 용역이 발주되도록 청탁한 뒤 용역의 대부분을 자신이 하도급 받는 수법이 동원됐다. 교수는 사실상 이름만 빌려준 셈이다.
두달 가까이 계속된 검찰의 수사는 지역 대학가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수사선상에 오른 일부 교수는 정산서상 연구용역에 참여한 것으로 허위기재된 제자들을 상대로 인건비를 지급했다고 서로 말을 맞추는 등 증거 은폐를 기도했으며, 이에 따른 학생들의 교수 불신 풍조도 생겨났다.
검찰은 "대학에 대한 전면적 수사로 면학 분위기가 깨지는 등 부작용을 감안해 이번 수사에 임했다"고 했다. 깊이 팔수록 더 많은 비리가 캐지겠지만 현실을 고려해 검찰이 적정한 선에서 수사를 매듭지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연구용역 비리로 대학가가 오명을 쓰게 된 것은 책임연구원 선정과 용역비 지출 관리감독 등을 하지 않아온 대학당국에 큰 책임이 있다. 일부 교수는 학문 연구나 강의 준비를 소홀히 한채 연구용역 수주에만 매달려 왔으며 석.박사 과정에 있는 연구원들을 연구용역에 동원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학위 수여를 늦춘 사례도 발견됐다고 검찰은 전하고 있다.
이번 수사로 지역대학가는 엄청난 홍역을 겪었지만 상아탑내의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연구용역 비리를 근절 할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높아지는 등 성과도 컸다. 특히 영남대의 경우 연구보조원 수당을 학교가 직접 학생들에게 지급하고 연구용역비 중앙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대책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金海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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