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유학보내고 갓난 아들을 혼자 기른 교수 아빠'의 육아수필이 개학을 맞은 9월의 캠퍼스에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영남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이강옥(李康沃.44)교수.
뒤늦은 결혼으로 마흔이 되어서야 첫 아이를 얻은 이교수는 지난 97년 7월 아내가 미국 유학길에 오르면서 생후 6개월 된 아들을 맡아 손수 키웠다. 그리고 지난해 10월부터는 아이를 기르면서 느낀 삶의 단상들을 일주일 단위로 대학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 아내가 귀국하면서 9월2일자로 마지막회를 낸 이교수의 육아수필은 모두 36편. 편당 200여건의 접속횟수를 기록할 만큼 이교수의 육아수필은 그간 학내외에 신선한 충격을 불러 일으켜 왔다.
어떤 제자들은 "유홍준 교수의 '문화유산답사기'처럼 '육아수필'이 영남대를 더욱 빛내는 글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화답을 보내왔고, 내용을 복사해 아내에게 가져다 준 교수와 교직원들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교수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육아수필은 어린 아들을 키우면서 접하게 된 진솔한 삶의 얘기들을 국문학 전공 교수답게 유려한 문체로 그렸다. 기저귀를 갈아 채우고 칭얼대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밤을 새웠던 일들을 담담하게 소개하면서 가난한 어린시절의 얘기들도 담았다.
"힘들기 보다는 얻은게 더 많았습니다. 남다른 육아경험이 내 삶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준 소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이를 길러 보고서야 그는 자신의 뒷바라지를 위해 평생을 고단하게 살다가 풀잎처럼 쓰러져간 아버지의 사랑에 새삼 고개를 떨구곤 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교수는 육아수필이 외부에 공개되면서 특히 경상도 아버지들의 곱지않은 시선이 부담스러웠다고 전한다. 그렇지만 맞벌이가 많은 요즘 부모들이 자신의 독특한 육아경험을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용기를 냈다고 한다. 또 주위의 권유로 200자 원고지 1천매 분량의 원고를 모아 내년 2월쯤 책으로도 발간할 계획이다.
이제는 아내도 아이 곁으로 돌아왔고 세살바기 아들 진재도 엄마와 한결 가까워졌다. 그럴수록 그는 아들과 함께 했던 지난 순간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지금껏 세상을 살아오면서 그토록 헌신적인 사랑과 체험적인 삶의 성찰을 경험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趙珦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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