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세금과 같은 공적자금이 7조원이상이나 투입된 제일은행의 외국계 자본과의 지루한 매각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는 소식은 금융대란설 등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최근 우리의 금융시장으로는 일단 반가운 일이다. 대우사태 이후 국제사회가 한국경제를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는 현상이 이미 여러 사례로 나타나고 있고 제일은행.서울은행등의 매각협상이 장기화함으로써 IMF와의 약속을 지키지못하는등 대외신인도가 급락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미국계투자전문회사인 뉴브리지캐피탈과의 협상은 아직 본계약이 남았지만 투자약정서 체결로 법적 구속력을 갖기로 약속한 이상 이를 계기로 국제적 신인도를 높이고 아울러 지금 겪고있는 금융불안을 해소할 전망이 밝아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제일은행의 매각에대해 정부가 너무 헐값으로 팔았다는 인상을 갖지않을 수 없다. 금융불안이 만연되고 대외신인도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를 팔지않을 수 없고 뉴브리지와의 8개월에 이르는 기나긴 협상과정에서 이렇게라도 팔지않을 수 없다는 정부 나름의 변명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공적자금이 7조원이상이나 투입됐고 앞으로도 뉴브리지의 인수후 2년(워크아웃여신은 3년)내 발생하는 부실채권은 모두 되사주는 한편 이에따른 대손충당금도 떠안는 조건으로 뉴브리지는 고작 5천억원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일은행의 경영권을 거저 넘겨 주다시피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물론 제일은행주의 5%를 3년후 인수하는 조건을 붙여 다소간 손실을 보상받을 것같지만 그정도로는 만족스럽지못하다.이렇게 헐값매각을 하게된 이유야 여러가지 들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정부의 매각협상방법이 미숙한데다 당국자들의 윗분에 대한 잘보이기나 공명심마저 작용한 것이 큰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이 일을 당초 상반기에 끝낼 예정이었으나 매각협상이 늦어지는 바람에 5조1천억원이란 자금을 더 투입한 것을 놓고보면 협상과정의 문제점을 따지지않을 수 없다. 특히 지난 7월초 대통령방미에 협상타결 시한을 맞추는 바람에 협상과정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된 것은 어처구니 없는 짓이었다.이번에도 대통령의 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담과 시기가 일치하는 것은 계획적이 아니라해도 지난번 방미때를 연상케한다.
경제위기속에 몰락한 중산층과 서민들로서는 엄청난 공적자금을 쏟아부은 은행이 헐값에 팔리는 꼴은 너무나 가슴아프고 심장상하는 일이다. 앞으로 서울은행, 대한생명 등의 매각에는 이같은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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