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잃어버린 필름을 찾아서(16)

실소를 금할 수 없다.

한국영화의 가위질은 차라리 코미디에 가깝다. 85년 이장호감독의 빅 히트작 '어우동'을 기억할 것이다. 조선시대 최대의 섹스스캔들을 그린 에로영화. 여배우 이보희에 녹아난 한국 남성 관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뤄 85년 최고 흥행작이 된 영화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이 영화를 두번 봤는데 잘려나간 부분이 있었다. 어우동이 계곡에서 '최고 어른'(임금)과 정사를 나누는 장면. 문제는 정사신이 아니라 궁궐 경호병이 숲에서 이를 지키는 장면이다. 처음에 있던 것이 두번째 봤을 때는 삭제되고 없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5공 청와대 '어른'을 연상시킬 수 있다고 해서 개봉 후 부랴부랴 잘라낸 것이다.

'진짜 사나이'는 오락액션을 가미한 블랙 코미디. 중반 주인공들이 악당들의 총을 빼앗아 사방에 대고 난사하는 장면이 있다. 도로 간판이 여러 개 부서진다. 그중 한 간판이 문제가 돼 영화에서 잘려나갔다. '승공 통일'이란 글귀가 적힌 간판. 미묘한 남북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는 공륜의 '염려'에서다.

임순례감독 '세 친구'의 예고편 가위질은 공륜의 경직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사례다. 임감독은 삼겹살집 큰 아들 '삼겹'이 목욕하는 장면을 예고편에 집어 넣어 편집했다.

알몸이지만 '삼겹'의 못 볼것을 집어 넣은 것도 아니고 혐오감을 주는 장면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 부분이 잘렸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있다면 뒤편에 희미하게 아웃 포커스된 모습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다. 그래도 설마했다.

그러나 문제는 우려했던 대로 '삼겹'의 엄청난 몸집에 놀라 입을 딱 벌리고 서 있는 6세 남자애였다. 결국 그애가 발가벗고 있었기 때문에 예고편 심의에서 잘려나갔던 것이다.

또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는 여주인공의 발가락을 핥는 장면이 단축처리됐다. 혐오감을 조장한다는 것이 이유. 그러나 사회에서 소외돼 가는 주인공의 절박한 심리의 표현이란 감독의 의도가 단지 발냄새를 연상한 심의위원들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것이다.

'도대체' '왜?' '어째서'라는 표현마저 무색한 코미디. 공륜 주연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코미디다.

金重基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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