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핵심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문화라는 말이 일반인들의 입술에 빈번이 오르게 됐고, 학술적 담론에서도 기본개념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몇년전부터 여러 곳에 문화라는 말을 붙여 사용하게 되고,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포스트 모던적 담론에서는 사회.인간, 그리고 철학을 비롯한 모든 학문을 문화라는 틀에서 접근하고 설명하려 한다. 한편 문화라는 말에는 그것이 인간이 갖추어야할 덕목과 가치라는 신념이 널리 함축되고 있다. 그렇다면 문화란 정확히 무엇을 뜻하며, 우리 한국인은 문화인인가.
그 용도가 한없이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문화라는 말의 용도는 서술적 및 평가적 두가지로 구분되고, 서술적 용도의 경우 그것은 다시 세가지로 세분된다.
'문화계'.'문화부'라고 할 때, 문화는 아주 좁은 뜻으로 특정한 분야의 개념으로서 문학.연극.무용.음악.영화 등의 예술활동이나 그러한 활동의 생산품을 지칭한다. 이런 뜻에서 모든 한국인이 다같이 문화인은 아니다.
보다 넓은 뜻으로 사용되면서, 문화는 한 작고 큰 집단의 공통된 관습이나 행동양식이나 태도를 지칭한다. 이런 뜻에서 볼 때 문화란 특정집단이나 영역의 전유물이 아니며 모든 인간은 문화인이다.
가장 넓은 뜻으로의 문화는 자연과 대립되는 가장 일반적 특징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이성을 가진 인간은 한편으로는 자연법칙에 구속되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한 구속을 초월하여 자신이 자의적으로 제정한 상징적 규범에 종속된다. 문화는 이러한 상징적 규범의 총칭이다. 그러므로 문화는 필연적으로 인간적이며, 인간은 누구나 필연적으로 문화적이다.
서술적과는 달리 평가적으로 사용될 때, 문화는 보다 바람직한 인간적 속성, 즉 자연과 구별되는 인간 고유의 특징인 이성이 보다 잘 개발되고 발휘된 상태를 뜻한다. 이성의 활동능력의 어느 수준에 비추어 볼 때 어떤 이는 문화인의 범주에 속할 수 있고, 다른 이는 숫제 문화인의 범주 밖에 분류될 수 있으며, 다같이 문화인에 속하더라도 어떤 이는 다른 이에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더 혹은 덜 문화적일 수 있다. 작가.화가.음악가 등 이른바 예술가들만이 아니라 철학자.과학자 등의 학자들과 아울러 모든 지식인들, 고등교육을 받은 이들을 문화인의 범주에 넣고 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 교육과 교양의 수준이 낮은 노동자나 농민들을 문화인의 범주에서 제외하는 것은 바로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가령 음식습관이나 다른 인간을 대하는 관례는 서술적 뜻으로의 문화적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이 '거칠'거나 '세련'되거나 혹은 '공격적'이거나 '다정'하거나 상관없이 동일하지만 평가적 뜻으로서의 문화개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좋다'거나 '나쁘다'거나로 평가될 수 있다. 평가적 관점에서 볼 때는 모든 문화가 동일한 것은 아니며, 따라서 다같이 문화적, 즉 인간적인 것은 아니다. 이같은 평가는 한 집단의 경우에도 해당된다. 어떤 집단은 다른 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격적'이거나 '다정하고' '거칠'거나 '세련'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문화는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가. 지난 13일 우연히 한 TV채널에서 들을 수 있었던 한 목사의 이야기는 우리의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서 지극히 시사적이다. 그는 우리나라에 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었다. 그에 의하면 필리핀에서는 단순히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여행중인 어느 한국인 교수를 폭행했던 사건이 있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인, 개새끼'라는 제목이 붙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것이다. '문화의 세기', '문화상품'의 구호를 외치는 정부나 '문화민족'임을 자처하는 우리 모두는 '문화'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박이문.포항공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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