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귀국하자마자 정치적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19일 국민회의의원 전원을 부부동반으로 초청해 만찬을 베푼 데 이어 20일에는 전직 대통령 내외를 초청, 오찬을 함께 했으며 저녁에는 자민련의원들과 만찬을 가졌다.
과거에는 3부 요인들을 초청, 해외 방문 결과를 설명하는 게 관례였지만 이번에는 방식을 바꾸었다. 이는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 표명, 총선을 앞두고 공동여당의 전열정비와 전직대통령의 도움을 의식한 행동으로 분석된다.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전직 대통령들과의 회동. 작년 7월31일 이후 1년여 만에 이뤄진 이번 회동에는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최규하(崔圭夏)전대통령이 참석했고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은 불참했다.
총선에 임박해 회동을 할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도 있어 이번 해외 순방 결과 설명 기회를 이용한 듯하다. 창당중인 신당에 협조를 겨냥한 포석도 내포되어 있을 수 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이날 오찬에서 김대통령은 그간의 외환위기 극복과 정부의 개혁정책을 설명한 뒤 21세기를 맞아 국가 경쟁력 제고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국민화합과 단합에 적극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전직 대통령들도 김대통령의 환란극복 노력을 평가하면서도 나름대로의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또 관심이 쏠리는 것은 19일 국민회의 의원들 뿐만 아니라 자민련 의원들도 20일 만찬에 불렀다는 점이다. 최근 김종필(金鍾泌)총리의 합당 시사 발언에서 보여주듯이 합당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속셈도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김대통령은 19일에 "자민련과 어떤 방식으로든 같이 한다"면서 자민련과의 합당을 포기하지 않는 인상을 풍겼다.
한편 19일 저녁 김대통령은 3시간여에 걸친 국민회의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이번에 제대로 개혁하지 않으면 100년을 고생해야 한다"면서 정치.경제개혁을 강조했다.
25분간의 자유발언에서 의원들은 "대통령은 국내 정치에선 (야당을) 왜 포용하지 못하느냐"(양성철의원)"대통령을 만든 집권 여당이 저력이 있다. 신당 창당은 우리가 실력이 없기 때문인가. 자포자기는 금물이다"(유재건의원) "신당의 필요성을 솔직히 확신하지 못한다. 국민회의가 주체로 당당하게 참여해야 한다"(조순형의원)는 등 직언도 서슴없이 제기됐다. 반면 설훈의원은 "우리는 사실 잘하고 있으며 전국민의 80%가 소득감소를 겪은 불만이 여당에 가게 돼 있는 것이며 정국의 틀만 잘 만들면 200석 이상의 압승을 확신한다", 장을병의원은 "경제는 기적적으로 잘 해왔는데 국민들은 고운 눈으로 보지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같은 신당 회의론에 대해 김대통령은 "솔직히 (신당을) 꼭 하고 싶어 하는 일인가.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또 3년반의 국정운영을 생각할 때 국민의 지지가 이래서는 어렵기 때문"이라며 고민을 토로했다.
이어 김대통령은"이번 기회에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현재의 국민회의로는 서울과 호남 등 일부만 빼놓고 좋은 인물이 안들어 오며 노력해도 안된다"면서 "이제 들어오고 있지 않나"라면서 희망론을 제시했다. 김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의원 1인당 1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5장을 추석선물로 전달했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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