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 어떻게 풀까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대부분 사람들이 고향에 가서 부모와 친지, 옛 친구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들 떠 있지만 30, 40대 주부들은 그렇지 못하다.

개중에도 맏며느리들은 추석을 한달쯤 앞두고부터 불안한 마음으로 매사에 짜증을 부리고 두통에다 피로, 불면증까지 호소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추석·설 등 명절이 '기다려지는 날'이 아니라 '괴롭고 고통스러운 날'로 비춰지고 있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추석을 앞둔 시점에서 매스컴을 통해 나오는 "더도말고 덜도말고 한가위 만큼이나"라는 말이 짜증스럽게만 들린다.

이래서 가정 주부들은 남편과는 달리 명절이 빨리 지나가 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관행이 여자들을 괴롭고 힘들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 주부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즐거운 얼굴들, 후덕한 고향의 인심도 잠시 뿐 제사음식을 준비하고 손님을 맞을 채비를 해야한다. 또 청소·설거지·늘어난 세탁물 처리 등으로 허리를 펼 틈 조차 없다.

이뿐 아니다. 남편 가족이나 친구들사이에 벌어진 화투판을 밤새도록 지키며 술과 안주를 준비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이런 일과가 적어도 2, 3일간 지속되면서 극도로 지친 가운데 연휴마감에 맞춰 차량으로 몇시간을 달려 집으로 돌아올테면 어김없이 몸살을 앓아야 한다.

이같이 명절처럼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접하게 되는 것을 '생활사건'이라고 한다. 여러가지 고통스런 생활사건들을 단시간내에 과다하게 경험하면 불안감·흥분·공포감 등의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나기 마련.

동일 생활사건을 두고도 반응이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소 예민한 성격이거나 우울증이 있는 경우에는 스트레스에 의한 고통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

이런 주부들을 괴롭히는 '명절 증후군'을 없애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당연시 돼 왔던 문화행사 관행과 생활풍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명절 때 여러사람이 모이면 일을 분담하고 특히 남성의 경우 가능하면 여성이 편해 질 수 있는 쪽으로 관습을 바꿔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도움말:영남대의료원 가정의학과 정승필 교수)

黃載盛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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