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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에 숨겨진 민족의 연원' 유창균 박사 주장

'한자의 기원은 한국어이며, 한자는 한국인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새로운 학설을 제기한 책이 출간돼 화제다.

고대 한자음 연구의 권위자인 전 영남대 교수 유창균박사가 쓴 '문자에 숨겨진 민족의 연원'(집문당 펴냄)은 한자로 불리는 문자가 본래 중국어를 표기하기 위한 문자가 아니라 우리말에 결합된 문자라는 놀랄만한 주장을 담고 있다.

"한자를 통해 한민족의 연원을 찾아 보려는 것이 이 책의 집필동기"라고 밝힌 저자 유씨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먼저 한자의 형성과 그 성격에 관해 규명하고 있다. 한자(漢字)는 중국어를 적기 위한 중국의 문자로 만들어진 것이라는게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견해다. 하지만 유씨는 이런 일반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어 한자는 최초에 한국인(東夷族)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거기에 결합된 언어는 한국어였다는 사실을 음운과 어휘, 통사 등을 예로 들어 증명하고 있다.

저자는 "2천여년전 중국의 문자로 자리잡은 한자의 이전단계 즉 문자가 발생한 고대 은(殷)의 갑골문에서 한자라는 이름으로 불려지던 이전의 단계까지를 중심으로 그동안 논의된 내용과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관찰했다"고 이 책의 성격을 밝혔다. 따라서 '한자'라는 말 대신에 '문자'라는 용어를 쓴다. 고대 문자는 갑골문에서 금문을 거쳐 전서·해서로 이행되면서 점차 문자로서의 본질적 특성을 갖게 됐다. 이렇게 이뤄진 문자를 우리가 '한자'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된 것은 해서의 형성이 한대(漢代)에 와서 갖춰졌기 때문이다.

먼저 이 가설의 출발점은 음운면에서 한자음은 다음절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어형의 구성에서 성모, 운부의 모음, 운미 등 여러 측면에서 구명(究明), 한자에 결합한 최초의 음형이 다음절적이었음을 증명한다. 그런데 고립어인 중국어는 단음절적이기 때문에 이런 다음절적 어형은 결코 중국어적인 것이 될 수 없다는 것. 어휘면에서도 한자에 결합한 최초의 음형이 한국어적인 것이었음을 풍(風)·웅(熊)·수(授)·집(執) 등 100여개의 어휘의 자음을 대비해 증명하고 있다. 또 본래 중국어에는 조사(助辭)가 없는데 한국어에 의한 이 문자가 중국에 들어감으로써 한국어의 영향을 받아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결국 그림 형태로 된 갑골문이 언어음과 결합돼 문자로서의 기능을 수행할때 결합한 자음인 초음(初音)이 한국어를 바탕에 깔고 있다는게 필자의 견해. 나중에 이 문자에 결합했던 음이 중국어에 들어가 중국어의 문자로 자리바꿈하면서 점차 중국어의 음운체계로 개편됐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러한 문자의 형성과정을 토대로 문자형성에 관여한 종족 역시 한국인이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 가설이 증명된다면 상고사는 중국의 상고사가 아니라 우리의 상고사라는 사실에 귀착된다. 상고시대 동이족은 바로 예족(濊族)에 근원하며, 이들의 본거지는 소위 요순대의 구주(九州·황하를 중심으로한 지역)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결국 한민족의 뿌리가 예(濊)에 있으며 조선(朝鮮)이라는 말의 유래도 조예(鳥濊)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다. 조(朝)는 최초의 조(鳥)이었고, 이것이 동쪽으로의 민족 이동과 더불어 조(鳥)-도(島)-조(朝)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또 상고사에 등장하는 제왕들과 중국신화에 나오는 천지 창조주에서 삼황오제를 거쳐 하(夏)·은(殷)·주(周) 3대에 걸친 인물들이 모두 한(韓)민족이었음을 문자를 통해 규명하고 있다.

저자 유씨는 "상고시대 문자의 복성모나 운부모음, 초음의 형태 등을 한국어와 관련지었을때 보다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앞으로 여러 학자들에 의해 보다 과학적인 검토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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