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가위 별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추석 명절이다.

추석을 하루 앞둔 열 나흘날(23일) 저녁이면 온가족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는다. 송편은 햇곡식을 수확하게 해준 조상에 대한 감사와 가족간의 정을 나누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는 태풍의 영향으로 추석 보름달을 못볼 확률이 높지만 고래로 둥그런 달을 보면서 송편을 빚으며 온 가족이 소박한 소망을 품는게 우리네 전통이었다.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예쁜 배우자를 만나고, 잘못 만들면 못난이 배우자를 만난다고 해서 처녀 총각들은 예쁘게 송편을 빚으려고 솜씨를 뽐냈다.

임신한 아내들은 태아가 아들인지 딸인지 궁금할 때 송편속에 솔잎을 가로 넣고 찐 다음 한쪽을 깨물어보아서 솔잎의 붙은 곳을 깨물면 딸을 낳고 솔잎이 뾰족한 끝쪽을 깨물면 아들을 낳는다고 점을 치기도 했다.

이러한 송편빚기도 지방마다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다.

사단법인 예절원(053-637-4340) 채일선(영남이공대 사회교육원 책임연구원) 이사장은 영남 지방에서는 귀송편(반달 송편)외에 온달 송편을 빚어 제사상에 올렸고,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손가락 자국 송편은 강원도 지방의 전통. 특히 강원도에서는 감자를 이용하여 속이 야들야들하게 보이는 감자 송편을 빚는다. 또 조개처럼 예쁜 송편은 전라도 지방의 음식 문화이다.

"온달 송편은 잘 치댄 반죽을 떼내어 소를 넣은 다음 원처럼 동그랗게 다시 뭉치고, 돌려가며 귀를 만들기 때문에 시간과 정성이 두배 이상 걸린다"는 채이사장은 제사상 장만에 정성을 다하던 영남 지방에서 온달 송편을 제사상에 올렸다고 들려준다. 제사상에 올리지 않고 나눠먹는 송편은 반달로 빚었다.

그러나 '의미' 보다 편의를 따지는 세태와 6·25 이래 대구로 몰려든 전국 각지의 피난민들에 의해 뒤섞인 음식 문화 탓으로 영남지방의 온달 송편 전통은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다고 채이사장은 안타까워한다.

"이제는 생활의 편리함도 좋지만 우리 고유한 음식문화를 찾고 개발해야할 때"라는 채이사장은 예절원 식구들과 함께 온달 송편 빚기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보통 송편은 햅쌀을 빻아서 햇콩·팥·대추·밤·녹두 등으로 소를 넣는다. 녹두소의 경우 궁궐에 진상하고 사대부나 먹는다고 해서 '진주 고물'이라고도 불렸다.송편 맛내기의 비법은 반죽에 있다. 송편 가루는 절반은 익반죽(뜨거운 물), 절반은 냉반죽(얼음 물)을 하여서 30분간 냉장고에 넣어두어 숙성을 시켜야 떡에 윤기가 흐르고 차지다.

그러나 영남 지방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에서는 둥그런 달을 보면서 반달 송편을 빚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민속학자 조덕자씨는 "보름달은 완전히 차서 앞으로 점점 기울고, 급기야 소멸할 운명에 있지만 반달은 점점 차 올라 보름달이 될 것을 기약하는 희망을 담고 있기 때문에 반달 송편을 빚는다"고 설명한다. 즉 반달 송편은 송편 빚기의 편리함 뿐만 아니라 희망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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