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보행자 천국 유럽

폭우속을 뚫고 끝없이 늘어선 추석 귀성차량행렬의 거북이 걸음을 보노라면 기가 질린다. 고향길이 고생길임은 접어두고라도 우리나라에 차량이 이렇게 많구나하는 것을 통계가 아닌 현실로 실감하는 순간인 것이다. 많은 국민이 자동차가 없어서 걷던 시절엔 이른바 '11자 자가용'이란 말로 서민의 보행고통을 희화적으로 표현했지만 차량이 너무많은 지금은 '교통지옥'이란 표현으로 유머마저 잃었다. 우리의 교통지옥은 이미 체증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만도 교통사고로 9천549명이 죽고 34만1천297명이 부상을 입어 인명피해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만의 지진참화의 무려 3배이상에 이른다.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자동차 매연으로 발생하는 환자의 진료비와 노동상실 비용은 연간 2조원에 달해 차량으로 인한 국민의 고통은 경제성장 효과를 무색하게 만들 지경이다. 이런 차량지옥속에 최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 유럽각국의 주요도시에서 열린 '차없는 날'행사는 우리에게 부러움과 청량감을 준다. 파리 로마 베네치아 제네바 등 우리 귀에도 익은 유럽의 66개도시가 참여한 이날, 보행자들과 롤러블레이드를 탄 시민들은 자동차와 매연없는 거리를 마음껏 돌아다녔다고 한다. 이들은 자동차 없는 공간이 바로 기쁨이고 그 속에서 마음놓고 사는 것이 바로 축제임을 보여준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들 유럽국가들이 포함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중 도로 ㎞당 자동차 수가 가장 많고 오존오염을 불러오는 자동차 배출 질소산화물 양도 회원국 평균의 10배에 이를 만큼 단위면적당 최고다. 우리도 대구의 동성로 등 일부 도시의 거리엔 차량출입을 통제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숨통을 틔울 정도는 아니다. 대구와 경북의 주요 도시부터 '차없는 날' 행사를 도시단위로 실시해보는 것도 현대적 시민복지대책이 아닐지.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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