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을 두동강내는 길이 25㎞의 거대한 콘크리트 띠.
산허리 곳곳이 잘려나가고 계곡도 사라졌다. 대신 200개소가 넘는 식당과 여관, 그리고 전원주택 등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팔공산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칠곡군 동명면 기성리에서 군위군 부계면까지 이어지고 있는 '회색 벨트'의 모습이다.
산세깊고 웅장한 명산(名山)이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의 주도아래 불과 3, 4년만에 찢기고 상처입은 누더기로 변하고 있는 것.
팔공산 파계사 삼거리에서 칠곡군 동명면 기성리를 잇는 지방도로. 대구 경계에서 200여m를 달리면 팔공산 서쪽 자락 한쪽이 완전히 벌거벗은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지난 6월 칠곡군청으로부터 산림 훼손 허가를 받아 1만평에 이르는 소나무 군락지를 밀어내고 전원주택 건설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 거대한 숲을 대신해 들어서는 주택수는 불과 18채.
군청 관계자는 "준보존 임지라도 주택 허가가 들어오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며 "올들어 문의가 잇따르고 있어 앞으로 이 지역 대부분이 전원 주택지로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개발의 손길에서 벗어나 있던 한티재 주변 산림도 더욱 위기에 처했다.
칠곡군은 5만평에 이르는 가산산성 위락단지 조성의 하나로 지난 6월부터 한티재 턱아래 해발 500m 지점에 4천600평의 주차장 건립 공사에 들어갔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한티재 정상 휴게소에서 팔공산 중턱의 테마휴양지까지를 잇는 도로변 숲이 상당 부분 사라지게 된다.
군위군 부계면 팔공산 북쪽도 파괴가 시작되고 있었다. 한티재 고개 너머 부계면 남산동에는 이미 들어선 20여개소의 여관과 식당 주변으로 3천여평에 이르는 숲이 민둥산으로 변해 있었다. 지주들이 지난 97년 식당 허가를 받아 산만 밀어놓고 건물 공사는 들어가지 않았다. 이곳 외에 부지 조성 공사로 숲이 사라진 지역이 6개소로 모두 1만평을 넘어선다.
팔공산의 위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산 전체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군위와 칠곡군이 앞다투어 준농림 지역에 식당과 여관 건립이 가능토록 조례를 개정, 팔공산 자락의 '건물 신축 붐'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남생태자연보존회 정재영(43)총무는 "팔공산이 현재처럼 계속 파괴된다면 몇년후에는 산을 회생시킬 방법이 없다"면서 "이제라도 지방자치단체들이 세수증대, 인구유입 등에 현혹된 근시안적 정책을 포기하고 보전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李宰協기자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