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악덕 카드사

일부 신용카드사 직원들이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협박성 발언을 일삼는가 하면 채무자의 친인척에게까지 채무 사실을 알리는 등 강압적 방식으로 연체료 회수에 나서 물의를 빚고 있다.

전직 공무원 박모(58· 대구시 중구 봉덕동)씨는 지난 97년 모 신용카드사로부터 카드론 방식으로 1천만원을 빌렸으나 기한 내에 갚지 못하자 지난해 11월 부인 소유 24평 아파트를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금을 36개월 간 나눠 상환키로 했다.

그러나 지난 5월경부터 다시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되자 카드사 직원이 집으로 전화를 걸어 "사기혐의로 고소하겠다"고 하더니 이미 시집간 딸의 집으로 최고장을 보내는가 하면 "고교생인 막내딸의 학교로 찾아가 망신을 주겠다"고 주장했다.

카드사 직원은 최근 다른 지역에 사는 박씨의 사돈에게 '대출금을 갚지 못해 박씨가 감옥에 가게 됐으니 아들과 며느리에게 빚을 갚게하라'는 내용의 전화를 걸기도 했다는 것. 박씨는 "담보까지 제공했는데 부끄러운 사실을 친지들에게 알려가며 망신을 주는 것은 잘못"이라며 "돈을 갚지 못한 것은 잘못이지만 공신력 있는 금융회사가 악덕 사채업자 같은 수법까지 동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PC통신에도 이같은 피해 사례를 호소하는 경우가 늘어나 천리안 아이디 K6902는 이달초 게시물을 통해 "카드사측에서 연체금 200만원을 한꺼번에 갚으라며 경찰서에 고소하더니 처가에까지 전화를 걸어 '사위가 돈을 갚지 않으면 교도소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며 분개했다.

지역의 한 경찰 관계자는 "채권-채무 관련 고소· 고발 중 30% 정도는 카드사가 제기한 것"이라며 "사기혐의로 고소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대부분 채무자에게 압력을 행사, 대출금을 무리하게 받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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