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여야의원 민심 읽기'

마오쩌둥(毛澤東)은 일찍이 민심을 물길에다 비유했다. 중국 공산당이란 배가 민의에 부합할땐 순항할 수 있지만 배가 물살을 거스를 경우, 이를 전복시킬 수도 있다는 함의(含意)였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추석 연휴를 맞아 모처럼 공부다운 공부를 한 모양이다. 저마다 민초들로부터 따가운 한마디씩을 들은 모습이 마치 시험을 치른후 성적표를 받아들고 낭패한 얼굴을 한 학생들을 연상케 한다. 여야간에 단연 압권은 '차라리 저주에 가까운 말을 들어야 했다'고 벌레씹은 얼굴 모양을 했을 권철현 의원의 말이다. 자신들의 변명이야 어떻든 이미 내년 총선을 겨냥해 날을 세운 민의의 표출이다. 이 정권 탄생의 심장부였던 광주에서도 2여 합당을 놓고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는 이영일 의원의 말로 완곡한 비판적 시각에 접해야 했다. 박종근 의원은 '정치를 못믿겠다는 데에 여야가 따로 없는 것 같았다'고 말해 지역의 야당에게 무조건적 지지에 가까웠던 정서가 조금씩 바뀌고 있음을 전했다. 이같은 지적은 안택수 의원의 '민심이 갈 데가 없어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 같았다'고 한 말에서도 읽혀진다. 그러나 민심이 갈 데가 딱히 없는 것은 아닐 듯 하다. 한나라당 이외의 곳으로 갈 수도 있음을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것이 여당쪽이든 무소속이든. 그런 점에선 장영철 의원의 '신당이든 합당이든 승산이 없을 것 같다. 살 길은 중선거구제 밖에 없다'고 한 말이 차라리 솔직하게 들린다. 야당이 제목소리를 내야 할때 못내고 시민들이 지역의 산적한 현안 사업들에 무력하다고 판단할 때도 이른바 '반사 이득'을 기대할 것인지 모를 일이다. 소금이 짠 맛을 잃을때 더이상 소금일 수 없듯 추락하는 지역 경제, 따올 수 있는 예산도 제대로 못챙겨 인천.대전 등지에 들렀다 온 지역 시민들의 어깨를 축 처지게 하는 데서 의원들이 처하고 있는 좌표를 재점검해야 하는 당위가 있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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