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상 백남순(白南淳)이 지난 25일 유엔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전날 있었던 북한 중앙통신의 '미사일 발사유예' 보도를 재확인 했다. 그는 또 이 자리서 북한이 지난 5년간 "신의 있게 행동한 만큼 미국도 신의를 지킬 것"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지난 7년간 유엔을 외면하고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채 벼랑 끝 외교를 구사해온 북한이 유엔에서 국제사회를 향해 미사일 발사유예를 이처럼 공식 선언한 것은 어떻든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해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와함께 백남순의 이번 발언을 통해 북한이 '통미봉남(通美封南)의 기본원칙'위에 한국을 무시하고 미국과 직접 협상, 실리를 챙겨온 지금까지의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는 북.미 고위급 회담 기간동안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겠다고 선언하고 "북한은 오래전부터 미국을 숙적(宿敵)으로 보고 있지 않는다"는 등 미국과의 관계개선에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반면 남한의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에 대해서는 북한제도를 변화시켜 자유민주체제에 흡수 통일시키려는 모략이라고 주장하고 연방제 통일과 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요구했다.
백남순의 이러한 주장을 종합해보면 미국과 관계개선을 해서 경제난을 완화하고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면하자는 의도만 뚜렷할 뿐 정작 중요한 한반도 안정이나 평화공존의 의사는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미사일 발사유예만 언급했을 뿐 미사일 연구와 개발, 배치, 수출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어 북한의 미사일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이제 겨우 시작단계에 불과한 것임을 다시한번 깨닫게 한다. 그런만큼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면하려면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가입, 대량 살상무기동결 조치에 동참해서 신뢰부터 회복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남북문제의 주역(主役)이면서도 북.미고위급 회담에서 외면당해 왔다. 북한은 의도적으로 남한을 소외시키고 우리 정부가 대내외에 자랑하는 햇볕정책을 매도하고 있다. 또 미국도 북한의 미사일과 핵개발 방지에만 큰 관심을 보일 뿐 남북관계 개선에 주력하고 있지만은 않다는 느낌이다. 물론 미국이 한국정부의 입장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지만 우리가 직접 북.미고위급회담에 동참해서 우리 주장을 적극 개진하는 것만은 못할 것이다.
이런측면에서 한.미간의 공조가 더욱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햇볕정책에만 매달려 끌려다니기만 할 것이 아니라 포용정책을 주축으로 하되 북한에 대해서 '할 말은 다 할 수 있는' 배짱있는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믿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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