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남순 유엔연설 의미-대미 협상력 제고 노림수

"남의 것을 해치려는 외세와 자기의 것을 지키려는 주인 사이의 대결이다"

제54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나선 북한의 백남순 외무상은 지난 25일 한반도의 정세 불안을 조성하는 주요 요인으로 북.미간 대립상황을 지목하며 '자위권'을 내세워 군사력 강화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긴장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한반도의 불안을 청산하기 위해서는 △북.미 사이의 평화협정 체결 △주한 유엔군사령부 해체 등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백 외무상의 연설내용 가운데 주목되는 대목은 군사력 강화를 호언한 부분.

그는 "조선반도가 제2의 발칸반도로 되리라는 것은 이미 가설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말로 한반도 정세 불안에 대한 북한 당국의 우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그는 이러한 인식을 전제로 "국방력을 갖추는 것은 그 어떤 국제협약상 의무에도 저촉되는 것이 없는 정당방위를 위한 자위권의 행사"라며 "허리띠를 졸라매서라도 오직 자체의 힘으로 나라의 국방력을 강화하는 길 밖에 다른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이 "나라의 자주권을 고수하고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국력과 군사력을 백방으로 강화할 것"이라며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슬로건 아래 △노동당의 군중시정책 △자위적 혁명무력건설 노선과 원칙 △북한식 군사적 대응방식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이러한 북 외무상의 기조연설에 대해 일부에서는 북한이 '군사력 강화'를 빌미로 대미 협상력을 제고하고, 미국의 '강권'과 '전횡'을 강조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외교의 폭을 넓히자는 의도가 숨어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북한 지도부가 92년 이후 7년만에 외교 책임자인 백 외무상을 유엔총회에 파견해 향후 대외정책을 공식 표명했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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