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들이 일상을 관찰하는 방식은 독특하다. 현실을 카메라의 눈으로 냉철하게 들여다보기도 하고, 때로는 대상에 한발짝 더 밀착해 그들의 삶과 공감하며 세밀하게 훑어낸다. 구효서씨의 네번째 창작집 '도라지꽃 누님'(세계사 펴냄)과 제4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수상작인 이신조씨의 장편소설 '기대어 앉은 오후'(문학동네 펴냄)는 후자쪽을 택하는 공통점이 있는 소설들이다.
11편의 중·단편소설을 담은 '도라지꽃 누님'에서 작가 구씨는 이전과는 또 다른 소설세계를 보여준다. '소설가 소설'이라는 용어를 회자시킬 정도로 독특한 화법을 구사해왔던 그가 이번 창작집에서는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 보다 푹 빠져 들 정도로 객체와의 일치를 시도한다.
그의 소설에서 일상은 시지프스와 같은 존재들의 연속이다. 완성되지 못할 사랑의 꽃다발을 숙명처럼 집어들며 아파하는 남자의 초상을 그린 '나그네의 꽃다발'이나 북에 있을 어머니, 누이와의 해후를 위해 옛 집터를 지킬 나무와 아이를 미친듯이 구하러 다니는 남자에 대한 '나무 남자의 아내'가 그렇다. 또 반신불수의 아내를 위해 10년간 생리대를 사며, 아이를 기다리는 벙어리와 그에게서 허물기 위해 쌓아 올리는 나무조각탑 세우는 법을 배우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인 '포천에는 시지프스가 산다', 회색의 도시를 하얗게 밝히기 위해 끊임없이 방울비닐을 터뜨리는 노파를 등장시킨 '검은 물 갇힌 강'도 마찬가지다.
이 소설들에서 독자는 작가가 갖는 삶에 대한 상념을 '반복'이라는 이미지에서 찾을 수 있다. 반복은 관습을 낳고, 관습은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의 소통을 차단하며, 욕망을 억압한다는 관점을 읽을 수 있다. 이런 반복적인 행위의 무의미함과 인물의 무력함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확인한 독자들은 삶의 진정성에 대한 물음에 답해야 한다.
이신조씨의 '기대어 앉은 오후'는 비록 세대가 다르지만 인간과 인간사이에 공유할 수 있는 경험에 기초한 인간 관계의 가능성을 섬세한 감성과 문체로 그려낸 작품이다. 젊은 작가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영상적인 표현력, 감각적인 문체, 유행처럼 된 여성의 내면심리를 세밀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다.
이 소설은 요즘 여성의 살아가는 방식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두 여자의 이야기다. 포르노 영화를 더빙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젊은 여성 은해와 그녀 또래의 딸을 잃은 충격으로 타성화된 일상에서 도피하려는 중년 여성 윤자라는 두 여성을 대비시킨다. 대상과 공명하는 섬세한 감성으로 작가는 지극히 도회적인 백화점 공간속에서 만난 두 여성의 소외감과 심리상태, 여성의 모랄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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