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도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독일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헤르만 헤세(1877~1962)가 영혼의 본향인 인도를 여행하고 쓴 기록 '인도 여행'(푸른숲 펴냄)이 번역돼 나왔다.

독문학자 이인웅(한국외국어대 교수)·백인옥씨가 함께 번역한 이 책은 1911년 헤세가 3개월간의 여행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여행스케치, 수필, 편지, 시, 일기, 성찰 등의 형식으로 남긴 기록이다.

인도는 헤세가 어린 시절부터 동경했던 땅. 그의 외조부와 아버지가 선교사로 활동했고, 어머니가 태어나 자란 곳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들, 집 안에 놓여 있던 이국적인 기념품들, 여행하는 선교사들에게서 느낀 인도의 분위기 등 헤세에게 있어 인도는 친근감 이상의 추억이다.

인도는 헤세의 작품속에 녹아든 절대정신이기도 하다. '싯다르타' '동방순례' '유리알 유희' 등 작품에서 '인도'는 헤세의 우주주의적 이상을 잉태한 근원이자 상징이다. 이를 통해 동양과 서양, 자연과 정신, 신과 악마, 남자와 여자, 성경과 불경 등 무수한 대립적 개념이 순간적인 양극에서 벗어나 얼마나 조화롭게 어울리며 상호보완해주고 있는가를 읽어낼 수 있다.

실제 헤세는 인도 본토를 밟지 못했다. 원래 인도 남부를 여행할 계획이었으나 기후와 음식, 위생상태, 비싼 물가와 건강문제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대신 남인도의 실론섬(현 스리랑카)과 영국직할 식민지였던 싱가포르 등 말레이반도를 자세히 보았다. 그가 집중적으로 여행한 지역은 네덜란드령 동인도로 불린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이 여행기의 전반부는 지리적 여행기다. 동남아시아의 경제와 문화가 유럽식민통치에 의해 어떻게 유린, 말살되고 황폐화되는지를 더듬고 있으며, 유럽 지성인으로서 자성과 비판의 소리를 담고 있다. 반면 2부는 정신적 여행기로 '인도의 이력서' 등의 이야기를 통해 동양인들의 내면정신세계와 삶을 문학작품으로 승화시켜 놓았다.

이 여행에서 체험한 인도의 현실과 인도·중국의 지혜가 그의 인생과 문학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었으며, 많은 동양적 요소가 어떻게 그의 작품속에 수용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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