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는 '담장을 둘러친 정원'이라는 뜻의 페르시아어에서 유래된 말이다.
동서고금의 신화에 나타나는 파라다이스는 대개 목가적이면서도 달콤한 물, 풍족한 과일, 맑은 공기 등으로 이뤄진 세계로 묘사되고 있다. 창세이래 인간 의식은 이같은 개념의 파라다이스에 의해 지배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라다이스의 개념을 배제한 인간의 삶과 역사는 생각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효성가톨릭대 손덕수 교수가 우리말로 옮긴 리처드 해리스의 '파라다이스'(중명 펴냄)는 파라다이스와 인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파라다이스 개념과 본질, 신화를 긴 호흡으로 짚어간 책이다. 세계 여러 문화와 역사, 신화를 통해 파라다이스의 기원과 다양성을 찾아보고, 파라다이스의 진정한 의미와 특징들을 소개하고 있다.
여러 문화, 여러 시대를 거치며 전해 내려오는 수많은 파라다이스 신화를 내용에 따라 분류하면 실로 다양하다. 사라진 과거의 파라다이스는 '아카디아', 다가올 미래에 인간 스스로 개척해 나갈 파라다이스는 '유토피아'로 그린다. 인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가올 '밀레니엄'과 현재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헤스페리데스', 흔히 내세라고 말하는 '엘뤼시온', 인간이 아닌 신만이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올림포스적 파라다이스까지 여섯가지로 나누고 있다. 저자는 이같은 파라다이스 신화는 어느 한 가지 모습만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거의 모든 파라다이스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특징은 무엇일까. 여러 문화권의 파라다이스 신화를 종합해 볼때 파라다이스의 상징적 영역은 네가지다. '우주의 축'과 '외부적 환경' '인간의 능력' '존재의 본질'이라는 요건이 충족될때 비로소 완전한 파라다이스가 구현된다는 것이다. 이 개념을 종합해 파라다이스를 그려보면 파라다이스는 모든 것의 통합을 이루는 우주의 중심에 서 있다. 온화한 기후가 계속되는 정원의 이미지이며 약육강식의 법칙과 죽음에 대한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갈등이나 오해없이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을 나눌 수 있는 세상이다. 즉 자연과 다른 인간과의 완전한 조화속에 살며 인종과 문화, 개인간의 평등 뿐 아니라 성별간의 평등이 이뤄지는 세계가 바로 파라다이스다.
이런 파라다이스의 개념은 선사시대에서 기독교 시대, 고전주의 시대, 발견의 시대, 과학의 시대까지 서구 관념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또 현대의 파라다이스 신화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저자는 20세기의 가장 중요했던 지적, 영적인 운동의 배후에 이 파라다이스라는 이미지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영원'을 존재의 본질로 한 파라다이스. 비록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파라다이스는 모든 인간 행동의 중심에 자리잡아 우리의 신념, 희망, 행동을 좌우하며 각자의 기호, 혹은 편견 형성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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