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리운 곳에 옛집이 있다-이형권 지음

고향집 대부분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현대식으로 개량된 요즘, 아직 예전 그 모습을 지키고 있는 옛 집은 비록 낡고 오래됐으나 푸근하다. 옛 집의 원형과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집, 그것을 찾아가는 길은 정겹다.

문화운동가 이형권씨의 '그리운 곳에 옛 집이 있다'(해들누리 펴냄)에서 이런 옛 집들을 찾을 수 있다. 전국의 유명한 고가들을 두루 답사해 그 발자취를 따라간 이 책에는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 난다.

서로를 껴안고 보듬어 넉넉한 순천 낙안읍성의 초가마을, 산과 물 그리고 사람의 속내도 한결같이 푸르른 하동 평사리, 퇴락하였어도 여전히 당당한 달성의 남평 문씨 세거지 등이 그렇다. 또 청정함을 지키며 세속에 물들지 않는다는 담양의 독수정과 물염정, 젊은 미망인처럼 담담한 외로움을 소리없이 지니고 있는 창덕궁 연경당 등도 들러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아직도 전설의 현인을 기다린다는 경주 양동마을 서백당과 무첨당, 구름속에 학이 노니는 구례 운조루, 안동 양진당과 의성 김씨 종가 등도 한번은 가볼만한 옛 집들이다.

살림집 뿐 아니다. 성리학의 도가 동쪽으로 건너온 현풍 도동서원과 경주 독락당 옥산서원, 순흥 소수서원, 안동 병산서원도 볼만하다. 또 번뇌는 사라지고 푸른 산을 만나는 완주 화암사와 조계산 선암사, 김제 귀신사, 순천 송광사 등 절집도 들러봐야할 집이다. 이 책은 바쁜 일상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귀중한 삶의 지혜, 고향의 옛 집과 마을 그리고 옛 사람들이 추구했던 고향의 정신을 만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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