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대회 개최 의미

대구라운드는 한마디로 외채와 투기자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한데 집결하는 자리다. 국내외 시민단체, 경제단체, 노동단체, 학술단체, 종교단체, 언론계 등이 격의 없이 원탁에 모여 앉아 자유롭게 토론을 나누자는 뜻으로 '라운드(Round)'란 이름을 붙였다. 지난해 2월 국채보상운동 91주년 기념행사에서 최초로 대구라운드에 관한 논의가 시작된 뒤 전국적으로 10여차례의 크고 작은 모임을 거쳤다.

그렇다면 왜 시민단체가 외채나 투기자본 등 국제경제문제에 나서야 하는가, 과연 이들 비정부기구(NGO)의 힘으로 그릇된 경제질서를 바로 잡을 수 있을까. 대구라운드 한국위원회는 이에 대해 "시민사회는 금융자본에 대한 시민적 컨트롤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한다. 신자유주의를 등에 업고 국경을 제멋대로 드나드는 가공할 규모의 투기자본 탓에 정부는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졌다는 것. 따라서 이제는 시민의 역량을 발휘해 국제금융질서 개혁의 실마리를 풀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시민사회의 단결된 힘으로 투기자본의 거미줄을 걷어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앞서 시민사회는 자본과 사회 전반에 걸친 무차별 개방을 요구하는 거대 선진자본국의 '다자간 투자협정(MAI)' 시도를 봉쇄한 바 있으며, 최근 '주빌리 2000'을 통해 극빈국 외채 710억달러를 탕감시킨 사례도 있다. 작은 힘이 모여 세상을 바꾼 것이다.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 대구는 외채 문제 해결을 위해 채권국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충분한 역사적 근거를 갖고 있다. 당시 술과 담배를 끊어서라도 외채를 갚으려 했지만 채권국인 일본의 탄압으로 실패함으로써 채권국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방치하고선 외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값비싼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다음달 대구에서 개최되는 대구라운드 세계대회는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가운데 정부간 라운드의 발족을 촉구하고 나아가 민관 공동라운드를 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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