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일할 권리'를 보장토록 규정돼 있는 국가가 '정리해고제'를 도입, 월급생활자들이 일자리 걱정 때문에 밤잠을 못 이루는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에너지, 통신 등 공공서비스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시장 유일주의'라는 우상이 전세계적인 규범으로 강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신자유주의'라고 불리기도 한다.
시장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상품을 사고 파는 장소나 제도를 설명하는 개념. 시장이 인류의 가장 우수한 발명품 중 하나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시장유일주의'는 경제발전 정도가 다른 국가들 간에도 공정한 경쟁이 이뤄져야하며 이를 위해 일체의 규제를 철폐해야한다는 논리로 이어져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을 불러 들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보다 높은 이윤을 추구하는 국제투기자본이 국내로 들어왔다가 고수익을 챙긴 뒤 갑자기 몰려나가는 것은 시장논리로 볼때 당연한 일이지만 이로 인한 국민경제의 피폐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국내 영화관의 한국영화 의무상영제도(스크린쿼터제)를 없애라는 미국의 요구는 한미 영화 간 '공정한' 경쟁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타당하지만 자칫 문화주권까지 박탈하겠다는 야욕으로 비치기도 한다. 시장논리로만 볼때 인력도 엄연한 상품이므로 기업이 자유롭게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어야겠지만 무더기해고에 따른 가정파괴와 사회분열은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지난 80년대 초 미국과 영국에서 경제위기 타개 방안으로 고안된 신자유주의는 지난 20여년 간 꾸준히 확산돼 왔다. 투자자의 이익을 위협하는 모든 규제의 철폐를 지향하는 다국적투자협정(MAI)이 올 11월 미국에서 열려 바야흐로 신자유주의는 전지구적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지난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해온 OECD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계속 하락세를 나타냈고, 실업률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시장'을 만병통치약으로 간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태도라는 주장이 많다.
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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