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에너지 위기 불감증 심화

국제원유가 급등으로 기름값이 사상 최대수준까지 오르고 있으나 차량 증가율은 오히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가 하면 전력 사용량도 계속 느는 등 에너지 과소비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기름값이 오르는 시점에서 차량 통행량은 오히려 많아지는 등 '에너지 위기 불감증'이 만연하고 있다.

대구시 차량등록사업소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이 올 들어서만 4차례 인상됐으나 대구지역 차량 등록대수는 지난 4월부터 매달 2천대 이상꼴로 폭증하고 있다.

대구시가 실시중인 차량 10부제도 사실상 지켜지지 않고 있고 시민 운동으로 벌어지던 카풀제도 호응하는 시민들이 없어 중단되는 등 출·퇴근시간대 '나홀로 차량'이 급증, 주요 교차로마다 정체가 가중되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휘발유가격이 ℓ당 20원 가량 올랐으나 교통량은 오히려 인상전보다 더 많아졌다. 지난 달 30일 복현·동신·두산·두류·북비산·계대네거리 등 대구시내 6개 주요교차로의 출근시간대 차량통행량은 모두 4만2천946대였으나 유가인상후인 지난 20일의 통행량은 이보다 3천대가량 많은 4만5천751대였다.

대구시 교통국 한 관계자는 "차량 10부제가 지켜지지 않는 것은 물론 카풀도 외면당하고 있다"며 "지난 97년 출범한 한 민간카풀단체는 참여하는 사람이 급감, 올초 활동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에너지 다소비형 가전제품도 판매가 늘어나 외환위기 이후 인기를 끌었던 절전형 제품의 인기가 급락하고 있다. 대백프라자 가전제품 판매부에 따르면 절전형 제품에 비해 월 13Kw가량 전력소비가 많은 대용량 냉장고가 최근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더욱이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시행했던 자정이후의 네온사인 점등 금지조치 등 에너지 절약방안을 올초부터 해제, 에너지 소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전력 경북지사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달 말까지 전력사용량은 지난 해 같은기간보다 9.2% 증가한 1천908만8천457MW/h를 기록했고 이 중 민간부분의 사용량증가율이 10%대를 웃돌았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제2차 석유파동 이후 20년이 경과, 민간부분의 에너지 위기의식이 약화돼 있다"며 "카풀·10부제 등 현재 시행되고 있는 에너지 절약대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