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놓고 세상에선 '차라리 없는게 낳겠다'며 잘 읽고있던 신문까지 팽개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그래도 국회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심심찮게 드는 요즈음이다. 때로 보좌관이 써준 대정부질문이나 상임위질의 원고를 읽으면서 '이재민'(罹災民)을 '나재민'으로, '○○APT 특혜분양'을 '○○APT 아파트 특혜…'로, '일로매진'(一路邁進)을 '일로만진'으로 읽으면서 관계국무위원들을 울지도, 웃지도 못하게 하는 소극을 벌이기도 하지만 그나마의 호통이라도 있어야 듣는 척이라도 하는 우리행정부의 체질을 감안하면 대단한 약이 아닐 수 없다. 한자를 잘못 읽었다고 '무식…'운운 할 수도 없고. 국정감사가 일제히 시작되면서 내년총선을 겨냥한 의원들의 '내신성적'쌓기가 분주하다. 정무위에서 한 여성의원으로부터 '오락가락 총리를 닮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총리실이야말로 현정부 국정난맥상의 전형적인 기관'이란 독설에는 김총리도 할말을 잊은 모양이다. 문화관광위에선 당대의 실세장관이 친정출신 의원들로부터 '지난 3개월간 문화관광부는 행정부재와 다름없는 극도의 난맥상'이란 생각지도 못한 질책에 장관은 아마 '자다가 얻은 병'쯤으로 생각했음직하다. 게다가 '개혁은 불발(不發)이요, 외부소리는 외면하는 불청(不聽)이요, 산하기관 인사는 후유증만 있는 불상사(不祥事)라며 문화부를 아예 '3불부'(3不部)로 몰아붙였으니 그야말로 국민들에겐 재미는 지금부터다. 하지만 재미(?)의 백미(白眉)는 아무래도 환경노동위의 피감기관인 엄대우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의 염치없는 입심이다. 대통령선친의 묘이장과 관련한 야당의원의 비난에 '자기는 조상도 없느냐'고 대갈일성한 부분. 그는 또 '왜 의원들 비위나 맞추며 병신같이 있게 하느냐'며 국민의 대표에게 대들었다. 피검자들의 답변패턴에 '신기원'을 이룬 셈이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방약무인하게 했을까. 믿는곳이 있어서일까. 국회지붕의 '돔'이 삐딱하게 기울어진 모습을 본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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