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본사, 중국서 北출판 작품집 대거 발굴

50년대 북한에서 출판된 '카프'(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동맹)작가들의 작품집이 대거 발굴돼 카프문학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매일신문사가 중국 하얼빈에서 입수한 이 자료중에는 대구출신 월북작가 이갑기의 단편집 '도솔봉'을 비롯 송영의 단편선집 '석공조합대표', 박세영 시선집, 좌익문학 이론가 안함광의 '최서해론', 안룡만 시선집 등이 포함돼 있다. 6·25 직후 소위 '평화적 건설시기'로 불리는 56, 57년 북한의 조선작가동맹출판사에서 출판된 이 작품집들은 30, 40년대에 발표된 카프작가들의 대표작들이 거의 망라돼 있고, 일제의 검열로 삭제된 원문을 그대로 살려놓은 것이어서 우리 문학사 연구 및 복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갑기(李甲基)의 단편집 '도솔봉'은 월북 후 처음 발표한 작품집으로 '38선' '우의' '강' '봉녀' '보도자' 등 8편의 단편이 담겨 있다. 대구고보 출신인 그는 34년 제2차 카프 검거사건(일명 신건설사건)때 이기영·송영 등 20여명의 연맹원들과 함께 구속된 작가. 일제때 주로 문학비평을 해오다 해방후 소설에 주력, 해방 직후 '문학비평'에 2천매짜리 장편소설 '황혼'(荒昏)을 연재하다 46년말 월북했다. 소설가 최정희의 동생 최정원과 결혼, 납북시인 파인 김동환과는 동서간이다. 단편 '보도자'는 미군정하 좌익언론인이 겪는 고뇌와 저항의 모습을 담은 자전적 소설이며, '봉녀'는 해방공간의 남조선 상황과 작가의 시국관을 펼쳐 보이고 있어 흥미롭다.

송영(宋影·1903~?)의 단편선집 '석공조합대표'에는 '기쁜날 저녁' '용광로' '석공조합대표' '인도병사' '음악교원' 등 9편이 실려 있다. 20, 30년대 발표한 작품만을 묶은 이 단편선집은 일제 검열에 삭제된 문장과 복자(伏字=필요한 활자가 없어 임시로 활자를 뒤집어 넣거나 밝히기를 꺼려 ○나 ×등으로 대신 나타낸것) 처리된 글들을 원문대로 복원해 수록했다. '인도병사'의 경우 일제때 전체 작품의 절반 가량이 잘린채 발표됐으나 이 작품집에는 원문이 모두 복원돼 있다. 서울 태생으로 23년 박세영·이적효 등과 카프단체인 '염군사'(焰群社)를 조직했고, 카프기관지 '집단' 등에 소설과 평론·희곡 등을 발표하다 월북한 그는 희곡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한편 박세영(1902~?)의 시선집에는 37년에 발표한 시집 '산제비'를 비롯 각 시집에서 뽑은 42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경기도 고양출신인 그는 송영 나도향 김복진 박팔양 김소월 등과 배재고 동창으로 '염군사'동인으로 활동했으며 카프결성당시 가맹, 혁명적 프롤레타리아 시를 발표했다. 38년부터 45년까지 창작을 중단하다 46년 월북, 이듬해 북조선문학동맹 서기장을 지냈다. 또 안함광(1910~?)의 '최서해론'은 분단이후 북한에서 출판된 최초의 작가론으로 최서해 문학의 예술적 특성, 신경향파 문학과 최서해의 작가 위치 등으로 구성돼 있다. 황해도 해주출신인 그는 해방 이전 모두 70여편의 평론을 발표했으며, 분단이후 김일성종합대 어문학부장을 지낸 인물로 '민족과 문학' '조선문학사' 등 저서가 있다. 안룡만(1916~?) 시선집에는 해방전에 발표한 7편의 시를 비롯 모두 40여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학계에서는 "그동안 국내에서는 자료를 구할 수 없어 연구조차 되지 못한 분야라는 점에서 이번 작품집 발굴은 문학사적·서지학적으로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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