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채해방' 첫 깃발 올려

2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연차 총회에서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 총재와 미셸 캉드쉬 IMF 총재는 이례적으로 빈국에 대한 선진국의 지원을 호소했다.

그간 헤지펀드 등 투기자본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온 양대 국제금융기구가 이처럼 빈국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까닭은 지난 수십년간 이들 국가들의 생활수준이 처참하리만치 피폐해졌기 때문. 현재 전세계 총외채 규모는 약 3조2천억달러에 이른다.

이중 중남미, 아프리카 등 제3세계 52개 극빈국이 IMF 등 국제금융기구, G7 선진국, 민간은행에 진 빚만 3천710억달러. 극빈국 외채탕감 운동을 펼치는 '주빌리 2000'에 따르면 이들 국가가 갚을 수 없는 부채규모는 1천600억~3천억달러에 이른다는 것.

미국 하버드대 제프리 삭스 교수는 뉴욕타임즈 기고문을 통해 "전세계에서 7억명에 이르는 극빈국 국민들이 부국의 외채 노예로 잡혀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선진 각국이 부의 축적에 골몰하는 동안 이들 빈국의 생활수준은 상상 이하로 떨어졌다. 울펜손 총재 역시 이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오는 2025년 전세계 인구 중 40억명이 하루 2달러, 18억명이 1달러 이하로 살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대구라운드 세계대회가 토론의 첫 화두로 외채문제를 거론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돈벌이에 급급한 선진국과 이들의 눈치만 살피는 빈국 정부를 대신해 시민단체들이 앞장 서 전지구적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외채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것이다.

앞서 '주빌리 2000'을 필두로 한 시민연대의 지속적인 노력은 지난 6월 독일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 41개 채무국 외채 중 45%인 710억달러를 탕감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선진 자본국들의 생색내기에 불과할 뿐 극빈국 외채 중 상당 부분을 그대로 남아있다. 멕시코, 볼리비아, 이집트, 앙골라 등의 외채도 탕감된 사례가 있으나 이들 모두 선진국의 이해관계와 맞물리거나 전략적 필요성에 의한 선별적 탕감이었다.

전세계 외채문제를 토론할 이번 세계대회 제1라운드에는 프랑스경제학회장 베르니스 그로노블대 교수 등 미국, 독일, 일본, 필리핀, 중국,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시민단체, 학계, 경제계 대표가 토론 및 발제자로 참여한다. 이들은 외채 상황 및 해결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정부간 라운드를 통한 악성 외채탕감을 요구할 예정이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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