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캐나다 정부는 미국 에틸사와의 국제중재재판에서 패소, 화공약품의 일종인 이 회사 생산품 MMT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철회하고 1천만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했다. 캐나다 정부는 97년 4월 MMT가 환경 및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판정, 수입을 금지시켰다가 기업 이미지와 수익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로 2억5천만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청구받았었다.
캐나다는 자국 환경보호를 위해 내린 판단 때문에 국제재판정의 피고석에 섰고, 결국 일개 해외기업의 사익(私益)이 자국민의 공익보다 우선시된다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NAFTA(북미자유무역지대)는 국가가 자국에 투자한 해외기업을 제소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고 규정한다. 이것이 바로 '자유화', '무한경쟁'을 슬로건으로 내건 신자유주의가 전지구적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세계 질서'다.
이같은 '신세계 질서'를 위해 '투자자 권리의 무제한적 보호'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국가간 협정이 MAI(다자간 투자협정)와 BIT(양자간 투자협정). MAI가 주로 OECD 국가 간, BIT는 미국과 다른 국가 간에 이뤄진다는 차이점을 제외하면 내용은 비슷하다.
MAI와 BIT의 가장 큰 문제점은 투자의 개념을 지나치게 넓게 설정, 투기까지 포괄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국가는 투자자 권리의 무제한적 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협정 내용 상 단기성 투기자금을 통제할 수 있는 일체의 권한을 상실하게 된다.또 국가가 해외 투자자에게 기술이전, 현지 생산품 사용 등의 의무를 부과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은 국내 산업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대표적 독소조항. 이와 관련, 해외 기업이 국내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경우 고용승계의무, 노동기본권 보장, 환경기준 준수 등을 강제할 수 없어 고용불안, 산업안전 침해가 우려되고 있다.
MAI는 98년 4월 조인을 목표로 지난 95년 부터 추진돼오다 시민운동세력들의 반대로 무산됐으나 올 11월 미국에서 열리는 MR(밀레니엄 라운드)에서 재협상이 개시될 전망이다. 또 한국-미국, 한국-일본간 BIT가 진행되는 등 전지구적 차원에서 신자유주의화 프로그램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세계 시민운동세력의 저항도 만만치않아 향후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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