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입논술-쟁점리뷰-생명과학과 인간

자연과학이 발달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 또한 깊어지고 있다. 특히 생물학의 발달은 동물과 인간의 특성에 대해 과거에는 미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부분들에 새로운 이해를 제시해 주고 있다. 그리하여 인간의 생리적인 특성은 물론이고 본능적인 행동을 비롯한 인간의 특성 중 많은 부분이 사실은 생물학적 토대에 기반한 것임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생물체의 특성을 DNA라는 유전 물질로 설명할 수 있게 되면서 인간의 유전자를 완전히 분석하게 되면 인간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성급한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발달한 현대문명과 과학의 성과로 변화된 미래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인간적인 삶을 그린 올더스 헉슬리의 작품 '멋진 신세계'는 과학이 발달하면 인간의 모든 것을 생물학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많은 부분을 생물학을 통해 설명할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모든 부분을 생물학으로 설명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은 자칫 인간성을 훼손하고 인간적 가치를 오도할 위험성이 있다. 만일 인간을 규정하는 것이 생물학적인 특성 뿐이라면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생물학적 법칙에 따라 그 본성만이 작용하는 완전히 수동적인 존재가 되어 버린다.

생물학적 원인으로 인간의 모든 것이 설명된다면 '멋진 신세계'에서 그려진 대로 인간은 서로 본성이 다르게 태어났기 때문에 이들의 차별은 당연한 것이 된다. 따라서 태어날 때부터 저능한 사람은 지능이 높은 사람의 지배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식으로 나가다보면 각 개인이 지닌 지능, 신체 능력 등 생물학적 조건이 그 사람의 계급, 지위, 권력 등을 규정하고 이러한 사회가 변화와 혼란이 없는 이상 사회라는 주장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생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만이 지닌 특별한 영역이 존재한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고도의 정신 활동을 영위하는 존재이다. 다른 생물체는 생물학적 본성에 따른 본능적 행동만으로 살아가지만 인간은 동물의 세계에서 볼 수 없는 희생적인 행동, 도덕적인 행동을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생물학적 본성은 생존을 위한 본성이다. 그러나 인간은 생존을 위해서는 전혀 쓸모가 없는 고도의 문화적 행위도 하는 존재다. 인간의 예술 행위는 인간 사회에서 생존을 위한 본능적 행위보다 더 높은 가치를 부여받기도 한다. 또한, 인간은 자신의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지닌 존재이다. 어떤 사람이 천재인 것은 그가 천재로 태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천재로 자라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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