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웨덴 입양아 애타는 모정곡

25세의 스웨덴 아가씨가 대구에 사는 생모를 애타게 찾고 있다.

지난74년 9월30일 북구 원대동 한 주택가에서 강보에 싸인 채 발견돼 사회시설에 잠시 수용됐다가 5개월뒤 스웨덴행 비행기를 탄 애나(한국명 유효정)양은 이제 의젓한 사회인으로 성장, 지금 자기를 낳아준 고향 대구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한글도 모르고 한국인 조차 만나본 적이 없지만 피는 물보다 진한 것. 마치 고향집에 온듯 전혀 낯설지가 않다. 어디선가 불쑥 생모가 나타날 것 같은 기분이다.

애나씨로부터 본사에 처음 전화가 온 것은 지난 9월8일. "대구에 원대동이 있느냐"는 질문과 "혹시 생모를 찾을 수 없겠느냐"는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애나씨의 애타는 호소는 13일자 본보 27면에 실렸으며 이튿날 50대로 짐작되는 한 여성 독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웃에 사는 한 아주머니가 기사를 읽은 후 자신의 딸일 것이라며 울먹이고 있는데 발견 된 장소 등 당시 상황으로 봐 생모가 틀림없다"며 애나씨의 현재 모습과 직업 등을 묻고 "생모가 직접 전화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뒤 현재까지 소식이 없는 것.

이같은 사실을 전자우편으로 스웨덴에 있는 애나씨에게 알려주자 즉시 답장이 왔다. "오늘은 밤새 울음으로 지샜다. 꿈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인데 현실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져 하루종일 아무일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는 생모에게 보내는 편지도 함께 보내왔다.

"내 이름을 지어준 당신에게. 나는 지금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비록 한때는 어떤 사정으로 인해 우리 사이에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으나 지금은 생모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나에게도 뿌리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 질 것 같아 얼마나 떳떳한 지 모릅니다. 나의 건강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면 당신도 한결 나아지겠지요·"

애나씨는 그날부터 매일 본사에 편지를 보내왔다. 지난달 29일 대구에 도착할 때까지 보낸 16통의 편지에는 한결같이 "그 여성으로부터 다시 연락이 오지 않았느냐"는 내용이었다. 마침 추석도 있고 해서 혹시나 생모가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허사였다.

애나씨는 대구에 도착하자 마자 자기가 발견된 원대동으로 직행, 양어머니 샤스틴(56)씨와 함께 원대동 거리를 마음껏 거닐었다. "생모를 만나지 못해도 좋아요. 나와 닮은 사람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애써 대구에 온 목적을 감추는 애나씨는 앞으로 일주일 정도 이곳에 더 머무르며 한국을 배울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엄마 뱃속에서 들었음직한 그 목소리를 다시 들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다. 연락처 011-811-9811.

尹柱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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