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라운드-제3라운드 내용

일반 시중은행이 특정기업에 대출을 해줬다가 회수불능 사태에 빠지는 경우 이자는 물론 원금도 건지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해당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력을 그릇 판단했든지, 정치적 압력이나 개인적 연고에 따라 부실대출을 했든지 간에 '잘못 빌려준'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진국 채권은행들은 이같은 책임에서 면제되는 '특권'을 누려왔다. 선진국 채권은행들은 채무국이 국가부도 위기에 빠져도 채권회수를 보장해주는 IMF(국제통화기금) 덕분에 부실 대출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 커녕 당초보다 2~3배 높은 가산이자로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 IMF가 당초 설립목적인 '외환질서의 안정 유지'보다 채권-채무국 간 불평등 관계를 확대재생산해온 점이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일방적인 면책특권을 선진자본국에 부여함으로써 국가간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켜온 IMF는 미국 월가와의 강철동맹을 통해 단기성 투기자본의 광포성을 방치했다는 비난도 사고 있다. 특히 투기자본엔 선진국 유력은행은 물론 중앙은행까지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운영내역의 공개와 이에 대한 규제가 시급한 실정이다. 그 방안의 하나로 외환 이동시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토빈세 제도가 관심을 끌고 있다. 외환 거래에 토빈세를 부과하면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에 필요한 장기자본 이동을 해치지 않으면서 투기자본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달러화-엔화-유로화 등 유력통화간 환율변동을 제한된 범위에 묶어 외환 투기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여지를 봉쇄하는 목표환율대 제도도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AMF(아시아통화기금)를 설립, 8천억달러에 달하는 역내 외환보유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서방 자본을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세를 넓혀가고 있다.

대구라운드 세계대회의 제3라운드인 '새로운 국제금융질서와 아시아의 지속가능한 성장'에서는 투기자본과 IMF 등 국제기구의 편파성을 통제하고 새로운 국제금융질서를 확립하는 방법이 집중 논의된다. 또 현재 국제금융질서 혼란에 대한 아시아적 해법을 모색하고 21세기에 아시아가 공동 번영할 수 있는 모델에 대해 살펴본다. UNCTAD 일마즈 아키우즈 국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베트남,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독일 경제학계 및 시민단체가 발제자로 나선다.

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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