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 메시지 의미

김대중 대통령의 축하메시지는 한국을 IMF식 구조조정을 겪은 뒤 분배구조 악화와 사회분열, 막대한 국부 유출로 귀결된 남미형 국가로 끌고 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받아들여진다.

외환위기 직후 김 대통령은 국가부도사태를 막겠다는 일념으로 IMF와 국제투기자본의 대표자에게 저자세를 보여야하는 수모를 겪었다. 당선 직후 김 대통령은 말레이지아 마하티르 수상이 '국제투기꾼'이라며 노골적으로 비난한 미국 퀀텀펀드사의 조지 소로스회장을 사저에 초청, 만찬을 베풀기도 했다. 또 지난 1년10개월여간 진행된 국내 구조조정 과정에서 IMF 구제금융 제공조건인 긴축재정과 고금리를 수용, "신자유주의를 신봉, 대량실업과 연쇄도산을 부추기고 시장을 개방했다", "IMF와 미국 월스트리트를 맹목적으로 추종한다"는 등의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김대통령의 '정책 선회'가 공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중산층·서민을 위한 생산적 복지'를 선언한 지난 광복절 연설부터. 또 지난달 뉴질랜드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에선 국제금융질서 개편과 외환위기 극복과정 중 심화된 국가간 또는 국내 구성원간 빈부격차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 '서울포럼'을 열자고 제안했다.

이는 '시장논리 관철'에 주력했던 정부가 그에 따른 부작용들을 새삼 인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멕시코 등 남미국가들은 시장원칙만을 강조하다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투기자본의 포획망에 걸려 막대한 국부를 해외로 유출, 국민경제의 전반적 빈곤화를 초래하고 민주주의마저 불가능해진 상태에 빠져들었었다.

대구라운드 운동은 처음 주창된 지난해 초부터 대구라는 지역적 기반과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대한 비판적 성격 때문에 '지역주의적 운동이 아니냐'는 눈총을 받아야 했다. 지원금을 주기로 한 대구시도 고충이 컸다. 대구라운드 한국위원회는 정부에 간접적인 지지의사라도 밝혀달라고 거듭 요청했으나 최근까지 뚜렷한 답변을 얻어내지 못했다.

대구라운드 한국위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민주주의의 병행 발전'과 함께 복지 및 국제경제 정의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국정기조를 전환하고 있다"며 "정부와 시민운동이 함께 노력하면 외환위기 극복의 한국적 모델을 만들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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