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막과막사이 대사 외우기-땀…탄식…안도…"무대는 戰場"

연극이 끝난 뒤.혼신을 다한 연기자들은 땀을 훔친다. 곳곳에서 안도의 한숨도 터져나온다. 탄식소리도 있다. 객석의 느긋함과는 달리 무대는 전장(戰場)이다. 치열한 한 막 한 막들. 전투처럼 치르다 보니 숱한 에피소드를 만들어 낸다. 객석과 무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그 에피소드들을 싣는다. 연극 무대 엿보기다.

연기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것이 대사 외우기.

100% 완벽한 대사를 구사하는 연기자는 드물다. "왜 그렇게 서 있기만 하는가""어허! 이 사람이 뭐하는가"라는 대사가 나오면 일단 상대 연기자가 대사를 까먹었다고 보면 된다.

지금은 대학교수로 재직중인 A씨. 10여년전 동아쇼핑 아트홀에서 의 경험담이다.상대 연기자가 대사를 이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자네 왜 아무말 하지 않는가?"라고 떠 보았다. 그래도 묵묵부답. "정말 생각나지 않아?"라고 닥달까지 했다. 물론 순진한 관객들은 대사의 하나인줄 알았고. 건너 뛰자 싶어 다음 대사로 넘어가 일단연극은 '무사히' 끝났다. 그러나 무대 뒤에서 연출을 맡은 선배가 호되게 뒤통수를 치며 하는 말. "너 대사 안하고 무슨 헛소리 하냐?" 대사를 까먹은 것은 상대가 아니라 바로 자신이었던 것.

중견 연기자 B씨. 불교 관련 연극을 하던 중 대사가 생각나지 않았다. 어제 주독(酒毒)이 남아 머리까지 지끈 지끈 아파왔다. 결국 책상을 양 손으로 쾅 치고는 무대를 빠져 나왔다. 상대 연기자는 "어허! 어허!"하면서 무대위의 '뜰'을 거닐기만 하고.

얼른 막 뒤로 가서 대본을 뒤져 보고는 다시 태연하게 돌아와 대사를 이었다. 마침 고뇌하는 스님역이었던 것이 천만다행. 더 엉뚱한 것은 대사를 기억해 내려는 '몸부림'이 '번민'으로 비춰지면서 오히려 관객의 호평을 받은 것.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 두 연극을 겹치기 출연하던 C씨. 대구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연극 한편을 마치고 동아쇼핑 아트홀까지 5분만에 달려가야 했다. 의상을 걸치고 분장도 하는둥 마는둥 올라선 무대. 생각보다 대사도 잘 된다 싶었다. 그러나 아연실색하는 상대 연기자. 그제야 뭔가 대단히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방금 끝내고 온 연극의 대사였던 것이다.

연극 무대에는 NG가 없다. 그래서 연극장의 에피소드는 계속된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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