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앞두고 잘못 쓰고 있는 우리말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우리말을 올바르게 쓰지 않고 있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누구와 헤어질 때 무심코 사용하고 있는 '수고하세요'란 말부터가 그렇다.
'고생하고 애를 많이 먹으라'는 인사말이 있을수 있는가. 이말은 편안히 잘 있으라는 뜻의 '안녕히 계세요'로 마땅히 바뀌어야 한다. 요즘 언론매체에도 자주 등장하는 '밀라노 프로젝트'란 명칭도 문제다.
대구의 섬유·패션산업을 중점 발전시켜 이탈리아의 밀라노(Milano)시와 같이 세계적인 섬유·패션도시로 만든다는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대구와 경쟁도시가 될 이탈리아의 밀라노를 되레 선전·홍보해 주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
대구시민 뿐만 아니라 전국민 나아가 외국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대구 섬유 ·패션산업 세계화 계획'으로 고쳐 부르는 것이 옳다고 본다. 온국민이 나무를 심고 애써 가꾸기 위해 4월5일을 공휴일로 정한 식목일(植木日)이란 용어도 잘못된 말이다.
목(木)이라는 한자어는 목기(木器)·목공(木工) 등의 낱말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죽은 나무나 벤 나무(木材)를 가르킨다. 따라서 식목(植木)이라 하면 죽은 나무를 심는다는 뜻이 된다. 살아 서있는 나무를 뜻하는 한자어는 수(樹)이다. 기념식수·정원수·수액(樹液) 등의 낱말을 보더라도 산 나무를 심는 것은 한자어로 식수(植樹)라고 써야 한다.
더구나 4월5일은 이제 나무를 심는일 뿐만 아니라 심은 나무를 잘 가꾸고 의미까지 담고 있는 만큼 식수일(植樹日)이라고 하기 보다는 한글날·국군의 날·어린이 날 등과 같이 '나무의 날'로 이름지어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미국에서도 식목일·식수일이라고 하지 않고 나무의 날(Arbor Day)로 부르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삼일절·제헌절·광복절·개천절 등도 '삼일 독립운동 기념일'·'헌법제정 기념일'·'독립 기념일'·'건국 기념일' 등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일절·제헌절 등의 절(節)이라는 한자어는 절기(節氣)·시절(時節)·시기(時期)의 의미로는 널리 쓰여도 특정한 날을 의미하는 것으로는 잘 사용되지 않고 있다.
나라에 좋은 일이 있었던 4대 국경일 만을 이해하기 어려운 ~절(節)로 부르고, 국가가 특별히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40여개의 각종 기념일은 모두 ~날·~일로 부를 이유는 없다.
관공서의 공휴일로 지정된 음력 4월8일도 석탄절(釋誕節)이라고 하기 보다는 '석가탄신일' 또는 '부처님 오신날'로, 6월6일은 현충절(顯忠節)이 아닌 현충일로 부르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12월25일 또한 성탄절(聖誕節)이 아니라 '예수 탄신일'로 해야 옳다. 미국이나 폴란드 등 외국에서도 그 나라가 독립한 날을 이해하기 쉬운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로 부르고 있다. 어떤 연유에서 비롯되었든 잘못 쓰이고 있는 말들이 있다면 지금껏 그렇게 써 왔다고 앞으로도 계속 고집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이해하기 쉽고 합당한 말로 바꾸는게 옳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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