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있는 자리에 앉은 사람들에게 선현들은 '태이불교'(泰而不驕)라고 가르쳤다. 곧 범사에 태연하고 교만하지 않음을 깨우친 것으로 군자가 취할 바 자세를 이른 것이다. 가득 차되 넘치지 않기를 이른 '만이불일'(滿而不溢)과도 일맥상통한다. 국회 문화관광위의 국정감사장이 청문회를 방불케 한다. 가득 차기만 하고 넘치지만 않았으면 보다 효율적인 국감장이 되지 않았나 싶은 아쉬움이다. 전 공보수석이 넘쳤건, 중앙일보가 넘쳤건, 여야의원들쪽이 넘쳤건 아무튼 아직은 어느 쪽이건 넘친 것부터 차분히 성찰(省察)해야 마땅하다. 물컵을 탁자뒤에 두들겨 부쉈거나, 저절로 날아갔거나 하는 문제는 조금있다 따질 문제다. 일반의 추측중 하나는 전 청와대 공보수석이 언론사에 찾아가 그처럼 노골적으로 넘쳐난 행동을 했다면 왜 여태 가만히 있었느냐는 점에 있다. 노골적으로 당시엔 힘에 눌려 엎드려 있다보니 '하반기 경기 더 나쁘다'란 1면제목을 '내년경기 좋아진다'로 둔갑시켜 놓고 이젠 사활이 걸린 문제에 맞닥뜨리자 '그런 일이 있었음을 반성한다'는 한 귀절로 떼우려드느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웃비는 일단 피해야 한다'는 본능적인 자위의식의 발로에 다름 아니었음을 짐작케 한다. 그러나 문제는 사장의 구속과 언론 자유를 한묶음으로 보는데서 실타래는 자꾸만 얽히는 것 같다. 이젠 홍사장의 구속사유는 사법당국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성숙한 시민들이 가져야 할 시각인듯 싶다. 언론탄압, 언론길들이기 등의 문제는 독립된 테마로 다뤄지는 것이 합당하다. 만약 힘가진 자의 넘쳐난 부분이 가려지지 않은채 시정의 야유처럼 '많이 구박당한 며느리가 많이 구박하는 시어머니가 된다'는 말이 객관적인 사실로 굳어진다면 민주주의의 가치구현은 우리사회에서 더 멀어질 뿐이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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