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진 탈세-충격 휩싸인 재벌

재계는 4일 국세청의 한진그룹 세무조사 결과 탈루소득과 추징금이 예상을 뛰어넘는 거액인데다 조중훈 회장 등 한진의 핵심 오너경영자 3명이 검찰에 고발되자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재계는 국세청이 워낙 오랫동안 조사를 해온 만큼 조중훈 회장 등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는 한편 이번 사건이 재벌 총수 개인에 대한 인적 청산의 신호탄인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5대 그룹, 항공부문 경쟁사인 금호그룹 등은 "법적절차가 진행중인데다 사안의 성격이 워낙 민감하다"면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를 꺼렸다.

◇전경련 및 주요 그룹 반응=손병두 전경련 상근 부회장 등 주요 간부들은 추징금 규모에 대해 상당한 놀라움을 표하고 이번 일이 한진 그룹의 앞날과 총수 개인의 신변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전경련은 조중훈 한진 회장과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맡고 있는 전경련 고문, 부회장직 유지 여부에 대해서는 "그들이 자진해서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는 이상 내년 2월 정기총회때까지 현직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전경련 윤리위원회가 비윤리적 행위를 한 기업인이나 법인에대해 징계를 하겠다던 당초 방침의 시행 여부에 대해서는 "윤리위원회는 징계권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현대 구조조정본부 고위관계자는 "재벌 오너를 고발까지 한 것은 충격적"이라며 "재벌 개혁이 더욱 강화된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삼성, 대우, LG, SK 등은 "아무 말도 할 말이 없다"면서 공식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이들은 "재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환경을 맞고 있는 가운데 특정 그룹의 좋지 않은 일에 타 그룹이 왈가왈부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주력사업에서 한진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금호도 "할 말이 없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금호의 한 관계자는 "1조원이 넘는 금액이 탈루되는 동안 (세무당국이)왜 몰랐는지 이상하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도 "추징금 규모가 너무 커 놀랍다"며 "항공기나 선박 등이 매우 비싼 물건들이기 때문에 액수가 커진것 같다"고만 말했다.

▶재계의 전망=재계 인사들은 탈루소득 및 추징금 규모로 미뤄 조중훈 일가에 대한 사법처리 및 조 회장 일가의 경영일선 퇴진이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대우 사태가 기업 재무구조 개선 차원의 본보기였다면 보광 사주의 구속에 이어 한진 총수에 대한 고발은 재벌 총수에 대한 인적 청산의 본보기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분위기다.

나아가 이같은 인적 청산이 한진에만 그칠 것인지, 아니면 더욱 확대될 것인지가 재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다음은 어느 그룹'이라는식의 루머가 나돌기 시작했다.

일부 인사들은 "한진 사건으로 그동안 거론된 문제들이 대부분 정리된 것이 아니냐"면서 "연말까지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정치국면이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보광과 한진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인사들도 적지 않았다.모그룹의 고위관계자는 "우리 기업들도 이제 불투명하게 세무처리를 할 시대는 지났음이 명백해졌다"면서 "기업이 실정법을 어기고는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그룹 인사는 "탈세 등 비윤리적 행위를 한 기업은 국제경쟁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면서 "일련의 세무조사로 기업의 세무처리에 대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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