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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씨 비평집 '반세기의 신화'

'전환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 등 수많은 저작을 통해 70, 80년대 우리 사회의 양심적 지성의 혼을 일깨운 리영희(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대우교수)씨가 비평집 '반세기의 신화'(삼인 펴냄)를 냈다.

'휴전선 남 · 북에는 천사도 악마도 없다'는 부제를 붙인 이 비평집은 우리 안의 반통일 이데올로기에 저항해온 저자가 오랫동안 짚어왔던 통일 · 남북관계 문제를 정리한 책. 53년만에 다시 찾은 북한방문기와 주체사상의 이데올로그(ideologue), 황장엽씨와의 대담 등이 수록돼 있고, 북방한계선이 합법적 군사분계선인가 · 학생들에게 남북문제와 통일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 등 노학자의 고민이 담겨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무엇보다 분단의 고착화에 대해 안타까워 한다. 고착의 원인을 남북 양측 모두 일방적인 가치관만을 강요하는 남북관계와 자유롭지 못한 통일 논의, 정치 · 경제적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수구세력의 이분법적 사고 등에서 찾고 있다. 이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남북문제에 있어 우리들이 '진실'이라고 믿어왔던 온갖 '거짓'들의 정체를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또 '북한의 남한화가 통일인가?' '남파간첩 보내고 북파간첩 받자' 등 8편의 글에는 남북한의 서로에 대한 인식의 현주소를 잘 드러내 보인다. 또 최근 서해 교전사태의 이면을 파헤친 '북방한계선은 합법적 군사분계선인가?'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다룬 '북한-미국 핵과 미사일 위기의 군사정치학' 등 주요 논문은 남북한 모두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이교수는 남한이 극악한 악의 실체가 아니듯 북한 사회도 남한측이 믿고 있는 것처럼 극악한 악의 존재가 아니라는 주장을 편다. 이런 편견과 독단을 극복하기 위해 남한은 한국식 자본주의의 얼굴을 똑바로 검증해야 하며, 북한의 사회주의적 생활양식의 단점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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