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세대 노인 다시보기

(1)급증하는 노인 인구, 달라져야 할 노인관

1998년말 현재 대구시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3만1천427명(외국인 제외). 대구시 인구 249만3천440명의 5.27%로 대구 사람 100명당 노인은 5~6명에 그친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작년말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320만8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6.9%를 차지했고, 뉴밀레니엄이 시작되는 2000년이면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는 7.1%를 넘어서 본격적인 '노령화 사회'(the aging society)가 펼쳐진다.

2020년엔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 비중이 14%를 넘어서는 '노령 사회'(the aged society)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노인 인구중에서도 80세 이상 고령 인구의 증가세는 타 연령층을 압도하고 있다. 1960년에서 1980년까지의 20년 사이 세계 전체 인구 증가율은 47.8%였는데 비하여 65세 이상 노인 인구 증가율은 66.8%였고, 80세 이상 고령 인구 증가율은 무려 81.5%로 다른 모든 연령층의 인구 증가율을 압도했다.

유엔의 집계에 따르면 1980년에서 2000년 사이 20년 동안 세계 전체 인구 증가율은 38.1%가 될 것인데 반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도표1 참조〉는 58.2%, 80세 이상 고령 인구는 69.1%에 달하면서 여전히 다른 모든 연령층의 인구 증가율을 앞지를 정도로 노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미 노령 사회로 접어든 프랑스·미국·영국·일본 등에 비해 2~6배나 빠르게 불과 20년만에 '노령화 사회'에서 '노령 사회'로 진행되면 우리 사회는 어떤 변화 양상을 띨까?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는 노인 인구는 단순히 머리 숫자만 불리는데 그치지 않고 엄청난 파워를 갖고 사회 변혁을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더이상 노인 문제를 최저 수준의 생존 문제만 해결해주면 되던 시대는 끝나 버렸습니다. 노인관에 대한 일대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영남대 노인학 연구소장 김한곤 사회학과 교수는 "노인들도 젊은이나 장년들과 똑같이 의·식·주생활과 인간관계·여가생활·성문제·재취업 등 다양한 욕구를 지니며, 노년기를 성공적으로 만족하게 보내느냐가 우리 사회의 성장 잠재력과 직결하는 문제로 부상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인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 보다 가정 안에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전통적인 안목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아서 노인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해결책 모색은 미미한 상태.

노인 부양 문제나 노인 재취업 문제에 다가서보면 '노인 홀대'는 극에 달한다. 이미 노인 인구의 절반 이상이 자녀들과 따로 살고 있으며, 노인들이 일자리를 달라치면 "젊은 사람들도 일자리를 못구하는데, 노인들까지 왜 그래요"라는 타박이 이어진다.

그러나 조만간 인구의 10%대를 점할 노인 인구를 경제·사회적으로 재투입하지 않을 경우 15세에서 64세에 이르는 경제활동인구가 떠안아야할 노인 부양지수(노인부양지수노인 인구/경제활동인구÷100)가 급상승하게 된다.

노인 부양지수가 20%에 이르면 경제활동인구 다섯명이 노인 한명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따라서 이미 노령화 사회 혹은 노령 사회를 접어든 선진 각국에서는 노인 스스로 노인 문제의 해결점을 찾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준다. 일본은 노인전용 거리를 조성해주고, 중국에서는 도심의 최고 번화가에 최첨단 메머드 노인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노인 인구가 정치·사회적인 이슈에 강력한 발언권을 갖는 압력단체로까지 발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은퇴자협회(AARP). 이 협회에는 50세 이상의 회원 3천300만명과 3천500만명의 준회원이 가입돼있어서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무료 의료혜택을 주는 '메디 케어'를 법제화하고 기업의 정년제를 폐지시킨 주역으로 등장했다.

일본에서는 고령 신인류를 주창하고 나설 정도로 노인 인구는 소비능력과 집단적인 파워,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골고루 갖춘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했다.

우리나라도 서울과 부산에는 노인유권자연맹이 조직돼 있고, 대구에서도 노인유권자연맹을 조직, 잃어버린 노인들의 권리 찾기와 그동한 삶에서 배운 지혜 환원하기의 길트기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제는 노인들이 의존적인 삶을 탈피하여 스스로 자기 삶을 개척하려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는 대구시노인종합복지회관 강기표과장은 "앞으로는 노인 인구를 사회에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의 생산성이 좌우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덧붙여서 강과장은 "더이상 가족에게 노인 문제를 전담시키기 곤란하게 됐다. 지역사회와 지방·중앙 정부가 노인 문제를 함께 껴앉으며 여러 갈래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법적인 정비와 제도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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