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작용, 정부간섭 없이도 민간의 생산과 분배가 가격메커니즘에 따라 잘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대공황이 발생하는 등 대규모 시장실패가 이어지자 케인스는 정부의 시장개입을 '돕는 손'(helping hand)의 역할로 인정했다.
대공황 이후 대부분 국가는 정부가 민간경제를 돕는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신흥공업국은 정부가 국가경제 전체를 선단식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고도성장으로 경제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면서 정부의 자원 동원과 배분에 시행착오가 거듭됐다. 급기야 과투자와 오투자의 후유증으로 경제 펀더멘털에 문제가 생겨 외환위기를 불렀다. 경제여건이 바뀐 만큼 정부의 역할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1세기 중간시점인 2050년까지 살아남을 제도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둘 뿐이라고 한다. 따라서 시장경제를 원활히 작동시키는 것이 정부의 새로운 과제다. 정부는 아예 보이지 않거나 직접 도와주지도 않는 '움켜잡는 손'(grabbing hand)이어야 한다는 것이 최근 일부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다. 이 손은 스미스나 케인스가 주장한 정부역할의 중간영역에 자리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정책을 '움켜잡는 손'처럼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운용하기는 매우 어렵다. 구조조정으로 우리 경제가 정상궤도에 들어서면 정부가 경제문제를 직접 해결하려고 나서선 안된다. 그러면 시장경제가 정착되지 않는다. 민간의 경제활동에 대한 규제는 철폐하고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등 불건전 행위는 근절할 수 있는 시장규칙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감독과 배우'사이 였던 정부와 민간의 관계가 '심판과 선수'로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시장이 국내공연장이 아니라 국제경기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백승호.한국은행 대구지점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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