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 고,지법원장 교체 의미

7일 뚜껑이 열린 법원장 인사는 △고시세대 퇴장을 통한 '세대교체'와 △전국 법원장 전원 물갈이를 통해 그동안 '인사체증'에 시달려온 법원조직에 일대 숨통을 틔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대법원도 이날 인사를 발표하면서 "이번 인사를 통해 본격적인 사시 법원장 시대가 도래함으로써 실질적인 세대교체를 이루게됐다"고 자평했다.

이번 인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그간의 사법부 인사패턴를 깨는 '파격'이 연출된 점이다.

즉, 선배법관이 후배에게 추월당하면 스스로 옷을 벗거나 승진에서 제외시키는'선례'를 남김으로써 사법부 조직의 신진대사를 원활히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이는 최종영(崔鍾泳) 대법원장의 평소 지론이기도 하지만 세대교체와 인사적체 해소를 희망하는 사법부 안팎의 요구를 적극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따라 대법관 임용에서 고배를 마신 고시기수 법원장 5명중 지홍원(池弘源·고시14회) 대구고법원장, 최공웅(崔公雄·〃) 특허법원장과 가재환(賈在桓·고시15회)사법연수원장, 이철환(李鐵煥·〃) 대전고법원장 등 4명이 사표를 낸데 이어 이보헌(李輔獻·고시15회) 전주지법원장은 청주지법원장으로 '좌천'됐다.

아울러 사시 기수중 '원로그룹'인 임대화(任大和·〃1회) 춘천지법원장과 강철구(姜哲求·〃2회) 대구지법원장을 승진시키지 않은 채 '수평이동'시킨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후배에게 추월당한 '물 건너간' 기수가 다시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으로 화려하게 재등장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며 "특히 사법행정 능력면을 중요한 인선기준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인물많기로 소문난 사시 8회가 일선법원장 그룹에 대거 승진함으로써 '사시 8회 법원장 시대'가 본격화된 점이다.

지난해 인사에서 법원장급에 승진한 김효종(金曉鍾)·권성(權誠)·김적승(金勣承)·신명균(申明均) 법원장외에 2명을 제외한 7명이 이번 인사에서 지법원장에 승진, 전체 지법원장 16명 중 11명이 사시 8회로 채워지게 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시 8회의 경우 숫자가 많고 능력이 엇비슷한 탓에 '교통정리'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검찰의 검사장급 이상 간부와 기수차가 4~5기 정도로 크게 줄었다.

한편 12·12및 5·18 사건 1심 재판장이었던 김영일(金榮一·사시5회) 부산지법원장이 대법원에 무보직 대기 발령된 것은 '이변'이라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은 "후일을 도모한 것"이라고 밝혀 오는 12월 퇴임하는 이재화(李在華)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나 대법관 승진대열에서 일단 이탈했다는 점에서 의외라는 시각이 많다.

대법관 승진자리인 서울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차장에 강봉수(康鳳洙·사시 6회)인천지법원장과 손지열(孫智烈·〃9회)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발탁한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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