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북구청 간부들의 특권의식

대구시 북구청을 찾는 민원인들에겐 금단의 구역이 있다. 구청 주차장 한켠에 8대의 차량이 주차할 수 있도록 차양막을 설치해 만들어 놓은 이른바 '특별주차구역'이 바로 그곳이다.

타고온 차량을 주차할 곳이 없어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이 곳에 차를 대는 민원인들은 예외없이 주차관리원의 통제를 받고 머리를 긁적이며 다른 곳으로 밀려난다. 민원인 주차장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 곳에는 이명규 구청장의 관용차량을 비롯, 구청 고위 간부들의 승용차가 항상 세워져 있다. 게다가 어느 칸에는 구청장, 어느 칸에는 의회의장 등 개인주차 구역까지 지정돼 있다.

기자도 지난 6일 아침 7시쯤 구청장 차가 대는 전용구역인지도 모르고 출근시간 전이라 텅빈 '특별구역'에 감히(?) 주차를 했다가 혼쭐이 났다.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주차를 하느냐'는 구청직원의 폭언을 들으면서.

하지만 이 '특별주차구역' 부근 어디를 둘러봐도 '민원인 주차금지' 또는 '간부직원 전용'이라는 팻말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기자를 비롯, 구청을 찾는 민원인들이 자주 실례(?)를 저지르는 것은 당연하다.

북구청 공무원들은 '민원인들이 주차할 수 없다'는 팻말은 '절대' 붙일 수가 없다고 말한다. 공용청사 주차구역내에 직원 전용주차장을 두고 일부 고위 공무원들만 이용한다는 비난이 부담스러워서다.

쉽게 말해 북구청은 드러내기는 부끄럽고 특별주차구역을 없애기는 당장 불편하니 민원인들의 불만은 아랑곳없이 일부 고위급 직원들의 특권을 보장하고 있다. 더욱이 북구청은 세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지난 해 말 수백만원의 예산을 들여 일부 직원들만 이용하는 특별주차구역의 차양막 교체공사까지 했다.

주민을 우선해서 생각하고 봉사행정을 다짐한다는 대구 북구청의 구호가 공염불이 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이명규 북구청장을 비롯, 구청의 간부급 공무원들은 듣고 있는지 궁금하다.

최경철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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