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JP 합당론 속도조절

합당론에 불을 지피던 김종필(金鍾泌)총리가 속도조절 분위기를 풍겨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총리는 8일 총리실 출입기자들과의 삼청동 총리공관 만찬에서 합당론과 관련해 "자민련의 독자적인 의지가 있으니 당론이 정해지면 따르겠다"고 말했다. 김총리는 특히 "당론이 정해지면 내 뜻하고 달라도 당에 따르겠다"고 말해 합당에 대한 종전의 입장과는 다른 뉘앙스를 풍겼다.

그렇다면 합당과 관련해 국가적 차원에서 결단할 것이라고 공언해 온 김총리가 이처럼 입장을 선회하는 듯한 발언을 한 이유는 뭘까.

가장 유력한 분석은 최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연말통합 발언 등으로 합당논의가 급류를 타자 김총리가 일단 제동을 걸고 나왔다는 분석이다. 합당을 할때 하더라도 당내 분위기가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합당문제가 구체화될 경우 자칫 합당반대 목소리에 힘을 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특히 김총리의 이날 발언은 최근 합당논의를 못마땅하게 보고 있는 박태준(朴泰俊)총재와 합당 반대론자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박총재는 최근 합당논의에서 자신이 배제되고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박총재 주변에서는 이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극단적으로 '제3의 길'을 갈 수도 있다는 경고성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김총리가 "당에는 총재도 있고 당 3역도 있는데 이를 제쳐놓고 대통령과 짝자꿍해 정치문제를 결정할 수 없다"고 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김총리는 공개토론을 통한 당론 결정을 요구하는 등 합당논의의 본격화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김총리는 '자민련 의총에서 합당론에 반대하는 의견들이 많았다'는 질문에 "컨센서스를 잡아내거나 당론에 가깝게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들었다"며 "하고 싶은 사람들이 얼마든지 말을 할 수 있게 공개토론해 결론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즉 당내 합당반대 목소리뿐 아니라 합당에 찬성하는 발언도 공개돼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한번 강조한 것이다.

결국 김총리가 이날 간담회에서 합당론에 대해 속도조절론을 펼치기는 했지만 이는 합당론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는 것이 공통된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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